한미FTA 폐기한다는데, 한국 대미무역흑자 나홀로 30% 감소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폐기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올 상반기 한국의 대미무역흑자는 3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무부, 10대 교역국 무역실적 발표 #한국, 지난해 6위에서 10위로 미끄러져 #무역흑자 1위 중국은 오히려 소폭 상승

3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의 대미 상품수지 무역흑자는 112억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의 146억5500만 달러에 비해 31.9% 감소한 것이다.  미국으로부터 수입은 244억5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0억7100만 달러보다 21.8% 늘었다. 반면에 미국으로의 수출은 지난해 상반기 365억2600만 달러에서 356억5500만 달러로 소폭 줄어들었다.

지난달 2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FTA 개정을 위한 특별회의에서 양측은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중앙포토]

지난달 2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FTA 개정을 위한 특별회의에서 양측은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중앙포토]

한국의 무역흑자 감소폭은 미국의 10대 교역국 가운데 가장 컸다. 올 상반기 미국과의 교역에서 무역흑자를 낸 상위 10개국 가운데 한국을 포함해 인도ㆍ독일ㆍ말레이시아의 흑자폭이 감소했다. 그러나 인도는 9.7%, 독일 5.5%, 말레이시아 3.8%로 한국에 비해선 감소폭이 작았다.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가장 큰 중국의 경우 흑자가 오히려 6.1% 늘어난 1706억7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멕시코는 13.3%(흑자액 362억8700만 달러), 일본 0.9%(339억6700만 달러), 아일랜드 19.3%(201억3500만 달러), 베트남 14.2%(182억6200만 달러), 이탈리아 3.8%(144억1300만 달러) 등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대미 상품무역수지 흑자국 순위도 뒤바뀌었다. 중국이 1위를 유지했고, 멕시코가 지난해 4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일본과 독일이 각각 3위와 4위로 한 단계씩 밀렸다. 한국은 지난해 6위에서 올 상반기 10위로 미끄러졌다.

이 때문에 한미FTA때문에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증가했다는 미국 정부의 주장에 허점이 생겼다는 주장도 나온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조슈아 멜처 수석 연구원은 FTA가 시행된 2011년부터 한국이 경기침체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한국은 (경기침체 등때문에)자연스럽게 미국(의 한국제품 수입량)보다 덜 수입하게 됐다”며 “이 기간 미국은 안정적으로 성장했고 한국으로부터 제품을 빨아들였다(많이 수입했다는 의미)”고 설명했다. 이 상태로 가면 한국의 무역흑자규모가 줄텐데, 이 가능성을 무시하고 한미FTA를 수정하거나 폐기할 경우 오히려 미국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뜻이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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