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학생 자살 사건, 학교 폭력으로 잠정 결론…가해학생 약 8명 검찰 송치하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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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방경찰청 전경. [사진 카카오맵 캡쳐]

울산지방경찰청 전경. [사진 카카오맵 캡쳐]

지난 6월 15일 울산의 한 문화센터 옥상에서 투신해 숨진 울산 모 중학교 1학년생 이모(13)군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학교 폭력을 당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고 가해 학생 약 8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31일 밝혔다. 경찰은 그러나 “결과가 확정된 것은 아니며 구체적인 송치 일정은 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15일 투신해 숨진 중학교 1년생 이모군 사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1·2심서 ‘학교 폭력 아님’ 결론 #자살 한 달 뒤 학교 폭력 암시하는 쪽지 나와 경찰 재수사 #지난 10일 이군 아버지 “너무 억울해 쪽지 조작했다” 고백 #학교가 사건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경찰 관계자 주장도 나와 #교장 “조사중 사건이라 말할 수 없어”, 경찰 “교장 조사할 것”

경찰에 따르면 이군은 지난 3월부터 동급생들에게서 지속해서 머리를 툭툭 맞거나 말투를 따라 하는 놀림을 받는 등 괴롭힘을 당했다. 이 상황을 비관한 이군은 4월 28일 학교 3층 복도 창문에서 뛰어내리려 했으나 주변 학생들의 만류로 뛰어내리지 못했다. 이후 이군은 인근 위탁학교(학력 인정 임시학교)에 보내져 수업을 받았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위탁학교에 “이군과 이군 아버지가 정신병자”라는 소문과 함께 “이군이 학교에서 쫓겨나 이곳에 왔다”는 말이 돌았다. 이군은 괴로워하다 6월 15일 결국 투신했다.

학교 폭력 관련 삽화. [중앙포토]

학교 폭력 관련 삽화. [중앙포토]

이군이 다니던 중학교는 지난 4월 이군이 자살을 시도한 뒤 상담한 동구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학교 폭력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을 듣고 18일 만인 5월 16일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었다. 하지만 결론은 ‘학교 폭력이 아니다’였다.

이군의 아버지는 “학교 측이 위원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고 피해자 진술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17일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울산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서도 ‘학교 폭력이 아니다’라고 결론 났다. 이군의 아버지는 학교폭력 전담 경찰이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그렇게 사건은 종결됐다.

이군 아버지가 조작한 쪽지. [이군 아버지 제공]

이군 아버지가 조작한 쪽지. [이군 아버지 제공]

하지만 6월 15일 이군이 투신한 지 한 달 뒤인 지난달 18일 이군의 옷 주머니에서 “아이들이 날 괴롭혔다”는 내용의 쪽지가 나와 경찰이 재수사에 들어갔다. 이 쪽지는 지난 10일 아버지의 고백으로 조작된 것이 밝혀졌다. 이군 아버지는 “두 번이나 학교 폭력이 아니라고 결론이 나니 너무 억울해 내가 만들었다”며 “경찰 한 명과 학교 폭력 관련 단체 관계자가 조작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조작에 가담했다고 지목된 경찰은 “조작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쪽지가 발견된 뒤 조작된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서 조작이 학교 폭력 여부를 판단하는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재수사가 시작된 뒤 학교가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사건 조사에 참여한 한 경찰은 “가해 학생 부모들이 이군 아버지를 만나려고 하자 학교 측이 ‘만날 필요 없다’고 은폐하려 했으며, 교장이 학교 폭력임을 인정하면서 ‘업무가 미숙했다. 살려달라’며 뇌물을 주겠다는 식의 말과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교장은 중앙일보와 통화해서 “조사 중인 경찰과 만나 잘 처리해달라는 식으로 얘기한 적은 있지만 뇌물을 주겠다고 한 적은 없다. 학교의 축소·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라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 폭력 잠정 결론에 대해 이군의 아버지는 “학교와 경찰이 제 식구를 보호하는 데만 급급하다”며 “내 아이를 죽게 한 책임자를 꼭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 측은 “해당 학교 교사들과 교육청 장학사, 학교 전담 경찰관 조사를 마쳤다”며 “교장을 불러 학교 폭력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와 축소·은폐 시도가 있었는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유서 조작을 묵인한 것과 관련해 이군 아버지가 지목한 경찰도 조사했다고 밝혔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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