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돈거래 의혹’ 심판 영장 청구…두산ㆍKIAㆍ넥센ㆍ삼성 연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프로야구 구단 관계자들에게 돈을 수시로 빌린 뒤 갚지 않고 도박에 탕진한 심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구단 관계자들에 수천만원 빌리고 안 갚아 #대부분 도박하거나 빚 갚는 데 탕진 #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박재억)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전 심판 최모(51)씨에 대해 상습사기ㆍ상습도박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두산 베어스 김승영 전 사장, KIA 타이거즈 구단 관계자 등 프로야구 구단 관계자들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급전이 필요하다“며 3000여만 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한 번에 약 200만~300만원씩 총 10차례 걸쳐 돈을 빌렸다. 최씨는 도박을 하거나 도박 빚을 갚는 데 쓰기 위해 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가 도박에 쓴 돈은 수천만 원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 하루 전날인 2013년 10월 15일 두산베어스 김 전 사장에게 3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이 경기에서 최씨는 주심을 맡았고 두산은 4-2로 승리했다. 사건이 불거지자 최씨는 KBO에서 퇴출당했다. 김 전 사장은 지난달 3일 “최씨가 사고 합의금을 빌려달라고 해 보내 준 것으로 심판 매수, 승부 조작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며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가 심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구단 관계자들로부터 돈을 빌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승부 조작 의혹 등은 아직 구체적인 확인을 해봐야 할 단계다“고 말했다.

앞서 28일 검찰은 최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또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를 비롯, 최씨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프로야구 구단 관계자들과 동료심판들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현재까지 최씨에게 금품을 건넨 구단으로 두산 베어스, KIA 타이거즈, 넥센 히어로즈, 삼성 라이온즈 등 총 4곳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KBO가 의혹을 확인하고도 경고 조치만 내린 후 비공개로 사안을 종결한 것에 대해 검찰에 고발했다.

문체부는 자체 조사에서 심판 최씨가 두산, 넥센 이외에 다른 구단에도 금전을 요구한 사실을 KBO가 파악하고도 해당 구단의 답변만으로 조사를 마무리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검찰은 관련 사실을 조사 중이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