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미스매치? 중소기업 미충원율, 대기업의 3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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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경기도 안산 한 목재 가공업체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이영목(45·가명) 부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직원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김 부장은 “같은 공단 내 동종 업체보다 근무 조건이 좋은데도 사무직은 청년층을 구하는 게 너무 어렵다”며 “출퇴근 거리나 근무 환경 등 여러 가지를 따지다 보니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걸 전반적으로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생산직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외국인을 쓴다. 그러나 일에 대한 책임감이나 생산성을 고려하면 고민이 깊다. 이 업체가 올해 들어 새로 채용한 5명은 모두 외국인이었다.

구인·채용 규모 모두 늘었지만 #일할 사람 못 구해 미충원율 상승 #근로조건 개선이 문제 해결 열쇠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일부 기업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중소기업의 상당수가 구인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23일 2017년 상반기(4월 기준)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 1분기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구인 인원은 약 85만 명, 채용 인원은 75만7000명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3.8% 증가했다. 구인 인원은 최초 모집 공고를 할 때 공표한 모집인원, 채용 인원은 구인 인원 중 채용이 확정되거나 채용된 사람을 말한다.

이에 따른 전체 고용시장의 미충원 인원(구인 인원-채용 인원)은 9만3644명이었다. 미충원율(전체 구인인원 중 미충원 인원 비중)이 11%에 달한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구인에 나서도 10명 중 1명 이상은 제때 채용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취업난과 별도로 인력 미스매치 또한 심각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업종별로는 뿌리산업에 해당하는 기타 기계 및 장비(6000명), 금속가공업(5000명) 분야에 미충원 인원이 많았다. 운수업은 미충원율이 3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미충원율이 12.6%에 달했다. 대기업(4.6%)과의 격차가 약 3배다.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훨씬 심각하다는 의미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소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안과 열악한 근로조건이 인력 미스매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업체에 직접 미충원 이유를 물어보니 ‘임금 수준 등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기 때문’(23.8%),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이기 때문’(16.5%)이란 응답이 많았다.

박가열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사회가 분업화, 다양화하면서 고전적인 방식의 인력수급 전망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 과보호 직종 장벽 낮추기 등을 함께 추진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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