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펜션 재개장 소식에…"농촌 정서 어긋나" vs "엄연한 개인 취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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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 [연합뉴스]

마을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 [연합뉴스]

충북 제천시 봉양읍의 한 시골 마을에 나체주의, 이른바 '누디즘'을 표방하는 동호회 회원들의 휴양시설이 들어서 마을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2∼3주 전부터 마을을 에워싼 야산 아래쪽에 지어진 2층짜리 건물 주변에서 벌거벗은 성인 남녀가 거리낌 없이 활보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갈등의 불씨는 지펴졌다. 주말이면 전국에서 모여든 동호회 회원 중 일부가 자유롭게 나체 상태로 건물을 누빈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 건물은 마을을 에워싼 야산 꼭대기 쪽에 자리를 잡았다. 주민들이 사는 집단 거주지와는 100∼200m가량 떨어져 있다.

마을 주민 박 모(83)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적한 농촌 마을에 누드 펜션이라니 답답해 울화통이 터진다"며 "주말이면 때를 가리지 않고 누드족이 마을을 찾아오면서 평화롭던 마을에 풍파가 일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동호회 측은 나체주의는 존중받아야 할 개인 취향이라며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 동호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마을에서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고 개인의 사적 영역인 건물인데 마을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60∼70대 노인이 대부분인 전형적인 농촌 마을의 정서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마을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걱정도 했다. 건물 쪽으로 눈길조차 주지 않으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나이 많은 주민들은 하소연했다.

불만이 쌓였던 마을 주민들은 건물 철거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건물 주변에서 집회하겠다는 신고까지 했다. 경찰과 지자체에 단속도 요구하고 있지만, 해당 건물이 개인 사유지인 데다가 별다른 불법 행위가 없어 경찰이나 지자체가 개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마을 이장 최 모(69) 씨는 "동호회와 최대한 협의를 통해 건물 밖으로만 나오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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