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숙기간 2년, 홈쇼핑에 다시 등장하는 '백수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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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숙기간 2년만의 방송 복귀다. 물의를 일으킨 기억이 선한데 전성기처럼 황금 시간대에 바로 투입되긴 어렵다. 시청자가 적은 이른 시간(새벽) 방송이 복귀작으로 낙점됐다. 하지만 한번 등을 돌린 사람들을 설득하고 잘나가던 옛 시절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31일 새벽 공영홈쇼핑서 론칭 방송 #'가짜 백수오' 사태 겪은 후 2년만 #업체 측 "철저한 검사로 신뢰 회복" #등돌린 소비자 설득은 숙제로 남아 #다른 홈쇼핑 입점도 여의치 않을듯

내츄럴엔도텍의 갱년기 여성 건강기능식품 ‘백수오 궁’ 이야기다. 내츄럴엔도텍은 31일 오전 6시30분부터 105분간 아임쇼핑에서 백수오 궁 론칭 방송을 진행한다고 26일 밝혔다. 백수오 궁은 지난 2012년 홈쇼핑 첫 출시 이후 1800억원의 판매액을 돌파한 상품이다. 홈쇼핑이 건강기능식품 판매 역사를 새로 쓸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31일 공영홈쇼핑을 통해 론칭 방송을 진행하는 '백수오 궁'. 가짜 백수오 파동 후 홈쇼핑에 다시 등장한 것은 2년만이다. [사진 내츄럴엔도텍]

31일 공영홈쇼핑을 통해 론칭 방송을 진행하는 '백수오 궁'. 가짜 백수오 파동 후 홈쇼핑에 다시 등장한 것은 2년만이다. [사진 내츄럴엔도텍]

하지만 ‘그날’ 이후 백수오 궁은 모든 홈쇼핑에서 자취를 감췄다. 2015년 4월 한국소비자원이 ‘시중 백수오 제품 10개 중 9개가 가짜’라는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시장은 발칵 뒤집어졌고 소비자들의 환불 사태가 줄을 이었다. 치솟던 내츄럴엔도텍의 주가도 10분의 1로 떨어졌다.

이어진 검찰 수사에서 내츄럴엔도텍은 두 달만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가짜 백수오(이엽우피소)를 고의로 섞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원료 공급과 유통 과정에서 이엽우피소가 섞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제품에 이엽우피소가 포함됐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내츄럴엔도텍이 좀 더 세밀한 원료관리를 했었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홍역을 겪으면서 내츄럴엔도텍은 개선책을 마련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사명령제를 철저히 지키며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을 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내츄럴엔도텍 관계자는 “그간의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이 결실을 이루었다고 본다”며 “백수오궁의 효능을 인정해주시고 오랜 시간 동안 홈쇼핑 복귀를 기대해 주신 소비자 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갱년기 건강기능식품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그동안 내츄럴엔도텍은 자체 쇼핑몰을 통해서만 백수오 관련 제품을 판매해왔다.

공영홈쇼핑 입점에는 성공했지만 예전처럼 다른 대형 홈쇼핑 업체 입점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영홈쇼핑은 농협이 45% 지분을 갖고 투자해 설립한 채널이다. 백수오 농가의 사정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백수오 파동 당시 주요 홈쇼핑업체들은 적게는 40~50억원, 많게는 100억원 이상 환불을 해주면서 피해를 떠안았다. 검찰 수사로 무혐의 처분이 나오면서 내츄럴엔도텍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없었다.

익명을 원한 홈쇼핑 관계자는 “백수오 파동 당시 빗발치는 항의와 환불요구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지만 정작 내츄렬엔도텍 측의 대응은 전무하다시피 했다”면서 “이 기억은 홈쇼핑은 물론 시청자에게도 일종의 ‘트라우마’로 기억될 정도니 재입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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