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새미 라샤드의 비정상의 눈

앵무새 따라 하다 죽은 당나귀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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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당나귀와 앵무새가 비행기에 탑승했다. 앵무새가 승무원을 불렀다. 승무원이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하자 앵무새는 “그냥 불러봤어요”라고 승무원을 놀리며 낄낄댔다. 재미 붙인 앵무새가 승무원을 또 불렀다. 화가 난 승무원은 “정말 필요한 일이 아니면 부르지 마세요”라고 경고했다. 경고를 무시하고 이번에는 당나귀가 승무원을 호출했다. 정말 화가 난 이 승무원은 당나귀와 앵무새를 비행기에서 추방했다. 앵무새는 아무렇지 않게 날기 시작했다. 추락하는 당나귀에게 앵무새가 물었다. “날개도 없는데 왜 나를 따라 했니?” 당나귀는 대답도 못하고 땅에 떨어졌다.

현대 사회에는 당나귀가 많다. 재미있고 예쁘고 인기 많은 사람을 그냥 모방하는 사람이 많다. 패션이나 유행이 그렇다. 사람 많은 동네에 가보면 운동팀이 단체로 나온 것처럼 옷이 엇비슷하다. 대학생들은 색상이 달라도 디자인이 같거나, 디자인은 달라도 색상이 같은 옷이나 액세서리를 많이 착용하고 다닌다. 연인들의 커플룩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서 낯선 사람의 옷차림이 나와 같다면 얼마나 어색할까.

패션이나 유행은 누가 만들어 퍼뜨리는 걸까. 주로 인기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이 패션을 시작하는 것 같다. 패션·유행이 자리 잡으면, 팬이 아닌 사람들도 따라 한다. 스타에게 맞는 옷이나 행동이 내게 잘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잘 안 하는 걸까. 이런 따라쟁이 습성은 하이힐 신다가 고생 끝에 다릿병까지 얻은 여성들에게서 볼 수 있다.

한번은 고국인 이집트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개그맨이 있었다. “패션은 나쁜 것이니 따르면 안 된다. 패션이 왜 나쁘냐면 해마다 바뀌기 때문이다. 패션이 좋았다면 왜 다른 패션 앞에서 약해지거나 사라질까.” 억지 같기도 하지만 그럴듯하다. 패션이나 유행에 빠진 사람들이 한번 생각해볼 만한 말이다. 너도나도 따라 하다 보면 매년 내 모습이 바뀌고 내 본모습을 잃어버릴 수 있다.

마음에 드는 걸 따라 하는 건 좋지만 그러다 내 개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 저마다 타고난 재능과 본성이 있다. 내게 남다른 매력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내 매력을 찾아 살리다 보면 언젠가 남들이 나를 따라 하는 일도 생기지 않을까.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