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아버지와 함께한 다짐이 현실로...'최연소 올스타' 이정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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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올스타전에 앞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정후[일간스포츠]

2017 올스타전에 앞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정후[일간스포츠]

2009년 광주 무등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

프로야구 넥센의 신인 외야수 이정후(19)는 8년 전 기억을 더듬었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이정후는 올스타에 뽑힌 아버지 이종범(46)과 함께 그라운드에 섰다. 이정후는 "아버지가 뛰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올스타전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운동했다"고 밝혔다.

그 꿈은 데뷔 첫해 이뤄졌다.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올스타전에 나선 것. 올 시즌 1차지명으로 넥센에 입단한 이정후는 역대 최연소(만 18세10개월7일)로 나눔 올스타(KIA·NC·넥센·LG·한화) 베스트12에 뽑혔다. 종전 기록은 2009년 안치홍(KIA)의 19세23일이었다.

이정후는 올 시즌 전반기 타율 0.327, 2홈런·31타점·65득점을 기록하며 단숨에 주전 선수로 자리 잡았다. 이종범의 아들이 아닌 외야수 이정후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그는 "신인으로 영광스러운 자리에 나설 수 있어 감독, 코치님 그리고 팬들께 감사드린다. 다들 도와주신 덕분"이라고 했다.

마지막 올스타전을 치르는 '전설' 이승엽은 14일 공식 인터뷰에서 이정후에게 "아버지를 뛰어넘는 훌륭한 선수가 되라"고 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이정후는 "대선배님께서 그런 말씀 해주셔서 영광이다. 시즌의 딱 절반을 뛰어보니 '아버지가 정말 힘든 길을 걸으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승엽 선배님 말씀처럼 더 발전해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밝혔다.

올스타전 최연소 출장 기록을 이정후에게 넘겨준 안치홍은 "이정후가 내 기록을 깬 건 아쉽지 않다. 깨지기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제는 이정후가 내 기록(올스타전 최연소 홈런·MVP) 오히려 내 기록이 깨지길 응원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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