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빙그레 웃게 한 김상조의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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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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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저격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휴가를 내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강하게 비판했다. 해당 공판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렸다.

이날 김 위원장은 삼성그룹이 추진한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에 대해 "삼성이 금융지주회사 설립 방식으로 '삼성물산'대신 '삼성생명' 방식을 추진했다는 걸 듣고 많이 놀랐다"며 삼성이 "국민과 보험가입자를 무서워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삼성은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3년부터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려 했다. 그 방식으로 삼성은 삼성물산 분할 방식이 아닌 삼성생명 분할 방식을 추진했다. 문제는 물산 분할 방식은 법적 논란 가능성이 작지만 돈이 많이 들어가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떨어지고, 생명 분할 방식은 돈은 적게 들어가지만 법적 논란이 컸다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당시 (삼성그룹에 대해) 많은 사회적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물산이 아니라 생명을 분할하겠다는 계획서를 감독당국에 제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며 "미래전략실 의사결정권자들이 오직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방향으로만 문제를 풀려고 한 게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또 "더 놀랐던 건 삼성생명이 현금 3조원을 지주사로 이전하려 한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기존 보험가입자들이 낸 보험금으로 자사 계열사를 지원하는 모양이 된다. 보험가입자들의 권익을 침해할 문제가 생길 우려가 큰 만큼 금융위원회도 삼성생명의 지주 전환을 허가하지 않았다.

한편 김 위원장은 "삼성은 놀라운 성과를 낸 기업이지만 성공의 역설에 빠진 것 아닌가 한다"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 옆에 아버지의 가신들이 사실을 왜곡해 올바른 판단을 할 기회를 앗아간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부회장의 얼굴에는 순간 미소가 스쳤다.

또 김 위원장은 "일이 터지고 난 뒤 수습하는 다른 그룹과 달리 삼성은 사전에 모든 가능성을 틀어막는 독특한 방식으로 일하는 유일한 그룹"이라고 지적하면서 "이 부회장이 자유로운 신분이 돼 경영상 판단을 하게 됐을 때 제가 말한 방향으로 간다면 자신과 삼성과 나라에 도움이 될 것이며 그렇게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하자 이 부회장의 미소는 점점 커졌다.

한편 김 위원장의 이날 증언에 대해 삼성 측은 "김 위원장이 직접 경험한 내용이 없고 사실을 모르는데도 추측, 단정을 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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