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막말 논란’에 화제가 된 한 초등학교 가정통신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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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의 비정규직 비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에 학교 내 일부 교직원들이 참여하는 것을 양해해달라는 한 초등학교의 가정통신문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서울 구로구에 있는 온수초등학교는 지난달 28일 학교장 명의로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 관련 안내’라는 제목의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있었던 교내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이 통신문은 “이번에 29일 민주노총에서 진행하는 사회적 총파업에 우리학교 일부 교육 실무사님들께서 노동자의 권리이자 국민된 사람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려고 참여하십니다”고 학교가 처한 상황을 소개했다.

이어 “따라서 29일에 학교 도서관은 개방하되 대출은 되지 않으며 학교 상담실이 운영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급식실의 조리사님들께서는 파업에 동참하지 않으시므로 우리학교 급식은 예정대로 차질없이 제공되므로 점심식사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면서 “또한 돌봄교실도 평소와 같이 운영됩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온수초는 가정통신문에서 비정규직 파업이 예정돼 있음을 학부모들에게 안내하며 지지와 배려를 부탁했다. 통신문은“모두가 잠시 불편해질 수도 있지만 ‘불편’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함께 살고 있는 누군가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고 그것이 결국 ‘우리’를 위한 일임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고 부탁했다.

해당 가정통신문은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의 비하 발언과 맞물려 재조명됐다.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파업에 나선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가리켜 “그냥 밥하는 아줌마들” “미친 X들” “나쁜 사람들”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학교 급식 조리사들은 그냥 밥 하는 아줌마들인데, 왜 정규직화가 필요하냐”는 주장을 폈다.

이에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운동이 벌어졌고, 민주노총은 ‘자격 없는 이언주 의원은 가면을 벗고 다시 자본의 발밑으로 기어들어가라’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도 이 수석부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11일 막말 논란이 벌어진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급식노동자를 ‘밥하는 아줌마’라고 말한 제 마음속 또 다른 의미는 ‘어머니’와 같은 뜻이다. 제 마음과 다르게 표현됐다. 이 일을 계기로 공직자로서 반성하고, 좀 더 정진하겠다”고 재차 사과했다.

이날 국회를 찾은 학교비정규직노조 소속 급식조리원 2명은 회견장을 나서는 이 원내수석부대표를 마주치자 “개인의 일로 넘길 수 없다”, “막말을 해놓고 가식적인 사과를 한다”, “국민을 어떻게 개·돼지 취급할 수 있나”라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연방 고개를 숙이며 “사적 대화였지만 부적절한 표현이었다. 비정규직이 정규직화하려면 국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타협안을 찾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한 뒤 자리를 피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파업을 ‘노동자의 권리’로 규정하며 “누군가의 권리를 지키는 일은 결국 우리를 위한 일”이라고 적시한 온수초등학교 가정통신문이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의 시각과 대비되며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온수초 학교장은 한 매체를 통해 “학교 현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분들이 많은데, 학교에서 교육을 지원하는 주체로 근무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노동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학교 현장이 대체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의) 파업이라는 것 자체를 편견을 갖고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인데, 우리 사회나 학부모들부터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해주고 인식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안내문을 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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