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탄도미사일 기술 발전은 러시아 지원 때문…최근까지도 방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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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주장한 화성-14형 탄도미사일 발사 성공을 지켜보며 박수 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주장한 화성-14형 탄도미사일 발사 성공을 지켜보며 박수 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어떻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에 성공한 것일까?
북한이 빠른 속도로 탄도미사일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핵심 배경으로 전문가들 사이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물밑 지원이 거론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전했다.
러시아 과학자로부터 미사일 디자인과 노하우를 전수받고, 중국 기업들이 미사일 유도 시스템에 필요한 전자장비 등을 북한 당국에 공급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미사일 디자인과 노하우 전수 #中 기업이 전자장비 등 北 당국에 공급 #"냉전 말기 러시아 엔진과 매우 유사" #공항서 방북하려는 과학자 등 60명 적발 #전 北 외교관 "최근까지도 방북해 기술 전수" #

발사 장소에 도착한 뒤 북한 병사들이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화성-14형 탄도미사일을 똑바로 세우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발사 장소에 도착한 뒤 북한 병사들이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화성-14형 탄도미사일을 똑바로 세우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전문가들은 특히 러시아의 공이 크다고 봤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마이클 엘먼 선임연구원(미사일 방어 분야)은 “지난 3월 북한이 지상에서 출력을 시험한 신형 로켓 엔진은 냉전 말기에 러시아가 사용했던 것과 매우 유사하다”면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북한이 옛 소련과 네트워크를 구축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엘먼 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북한이 어떤 기술을 전달받았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엘먼 등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개한 복수의 새 엔진 디자인을 분석한 결과 1960년대 소련이 도입했던 RD-250 엔진의 변형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에서 개발된 RD-250 계열 엔진은 현재도 SS-18 사탄(SATAN·동영상) 등 러시아의 ICBM 발사체로 사용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 엔진 설계도를 입수했다는 기록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수많은 러시아 과학자들이 북한에 입국해 기술을 직접 전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WP는 전했다.
1992년 모스크바 세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서 러시아 미사일 과학자와 가족 등 60명이 북한을 방문하려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실제로 이들은 조사과정에서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끌어올리려는 조직으로부터 고용됐다고 밝혔다.
소련 붕괴 이후 일자리를 잃은 관련 과학자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북한에 기술 조력자로 나섰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 암시장에서 밀수입한 초기형 스커드 미사일을 주력으로 삼았던 북한은 러시아 과학자들의 기술 전수와 수많은 시험 발사를 통해 20년간 비약적인 기술 발전을 이뤘고 다양한 형태의 탄도미사일 실전 운용이 가능하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또 북한이 양성한 신세대 기술자들이 대거 미사일 연구개발에 참여한 것도 기술 진화에 큰 영향을 줬다고 WP는 평가했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북한은 인공위성을 정상궤도에 진입시키고, 수중 사출 시 콜드런치(Cold Launch·동영상) 기술이 필요한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개발에도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자국 기술이 접목됐다는 사실을 공식 부인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외교관을 지낸 김민규 우석대 국방학과 교수는 “러시아 미사일 분야 과학자들이 최근까지도 기술 이전을 위해 방북해 몇 주간 머물다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러시아 당국의 암묵적인 용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을 비호하거나 대북 제재에 반대하는 것 역시 거액이 오고가는 북·러 간 군사기술협력에 기인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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