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회담 뒤에도 재협상 주장 … 다음날 문 대통령 “합의 외의 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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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 확대 정상회담을 시작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윌버 로스 상무장관에게 공개 발언할 기회를 줬다. 오른쪽 테이블 첫번째가 로스 장관 [AP=연합]

문재인 대통령과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 확대 정상회담을 시작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윌버 로스 상무장관에게 공개 발언할 기회를 줬다. 오른쪽 테이블 첫번째가 로스 장관 [AP=연합]

한·미 정상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재협상을 하고 있다”며 종일 한국을 몰아쳤다. 문 대통령은 다음 날 “재협상은 합의 외 얘기”라며 반박했다. 정상회담을 끝내자마자 두 정상이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트럼프의 FTA 변칙 플레이 #“한국과 무역협정 사실 2주 전 만기” #FTA 만료 시한 없는데 엉뚱한 발언

문 대통령은 1일 워싱턴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재협상에 대해 “(한·미 양국이 발표한) 합의 내용을 보면 된다. (합의 내용에 없는) 나머지는 합의 외의 얘기”라고 일축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합의하지 못한 얘기를 (공동 언론 발표 때) 하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선) 미국 측이 관세 외 장벽을 얘기한다면 실무 TF를 구성해 FTA에 미친 영향 등을 조사·분석·평가해 보자고 역제의하는 것으로 끝났다”고 못 박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공동 언론발표를 마친 뒤 박수를 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공동 언론발표를 마친 뒤 박수를 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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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압박하는 장면을 국내외 언론에 공개하는 변칙 플레이까지 구사하며 재협상을 기정사실화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백악관 확대 정상회담장에 취재진이 촬영을 위해 들어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윌버, 당신이 무역에 대해 몇 가지 말할 게 있는 것 같은데 잠깐 언론을 (내보내지 않고) 놔둬도 되겠다. 무역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곧바로 한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독 정상회담에 앞서 취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독 정상회담에 앞서 취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치고도 재협상을 계속 주장했다. 오후 국가우주위원회의 업무 재개를 지시하는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여러분도 알듯이 (한국과의) 무역협정은 만기가 다가온다. 사실 2주께 전에 만기가 도래했다”며 “협상을 잘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FTA는 만료 시한이 없는데도 만기가 됐다는 엉뚱한 주장을 한 것이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 지시에 따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미국무역대표부 대표)가 재협상 및 개정 과정을 시작하는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것”이라며 재협상 세부 계획을 내놨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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