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야 소비야, 널 어떻게 해야 하니...5월 소비 또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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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산업활동동향

5월 산업활동동향

소비가 계속 애를 태우고 있다. 경기 회복의 유일한 걸림돌로 지목되면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그 기대감의 현실화가 계속 늦어지고 있어서다. 오히려 소비 회복의 지연으로 생산 등 회복 추세에 있는 다른 경제 분야가 악영향을 받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4월에 증가했던 소비(소매판매), 5월엔 0.9% 감소 #최장 11일 황금연휴 불구, 미세먼지 등으로 소비 안 늘어 #도소매업, 서비스업 생산 감소 등 다른 지표에도 악영향 #“심리만으로 소비 늘 순 없어...실제 소득 늘어야” #수출 증가세 지속, 추경 통과 등이 소비 회복 여부에 영향 미칠 듯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9% 감소했다. 소비는 4월에 전달 대비 0.7% 증가하면서 회복의 본격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한 달 만에 다시 감소로 돌아섰다.

소비는 경제의 큰 축인 수출과 내수 중 내수를 떠받치는 핵심 지표다. 지난해 말부터 수출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국면을 이어가고 있지만, 내수 회복은 속도가 더딘 편이다. 내수 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소비 부진이다. 소비와 함께 내수의 또 다른 구성 요소인 투자는 올해 들어 회복 기미를 보이는 반면, 소비는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소매판매액(소비)지수 추이

소매판매액(소비)지수 추이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전달 대비 감소했던 소비는 2월에 반짝 증가하면서 회복 기대감을 키웠지만 다음 달에 바로 감소로 반전했다. 이후에도 4월에 증가했다가 5월에 다시 감소하는 등 좀처럼 ‘장기 박스권’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5월에는 최장 11일의 황금연휴가 있었지만, 미세먼지 등으로 나들이객이 줄어들면서 기대했던 만큼의 소비 회복을 이뤄내지 못했다.

6월에는 소비가 다시 상승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6월 소비자심리지수가 111.1로 6년 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이라서다. 하지만 완연한 소비 회복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언하긴 아직 이른 상황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자심리지수가 높은 건 수출 증가와 정부의 재정확대 방침에 따른 효과 같다. 하지만 소비는 심리만으로 늘어날 수는 없고 실제 소득이 늘어야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유지하느냐, 추가경정예산이 국회를 통과하느냐 등이 소비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소비 회복의 지연은 회복 기미를 보이는 다른 분야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5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3% 감소했다. 산업생산은 2월에 전월 대비 0.3% 줄었다가 3월 1.3% 증가로 반등한 뒤 4월(-1.0%)과 5월 두 달 연속 감소하고 있다. 한국 경제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생산이 9.1%라는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는 등 광공업 생산은 0.2% 증가했다. 하지만 서비스업 생산이 7개월 만에 감소(0.3%)하면서 전체 평균을 갉아먹었다. 소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도·소매업이 1.3% 감소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2%포인트 하락하면서 지난해 10월(-0.2%포인트) 이후 7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반면 설비투자는 기계류 투자의 증가로 전월보다 1.8% 증가했고, 앞으로의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2%포인트 상승했다.

정부는 기저효과로 인한 감소이며 경기 회복세가 꺾인 건 아니라고 해석했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4월의 지표들이 전반적으로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5월에 감소한 지표들이 많아 보이는 것”이라며 “경기 회복세가 꺾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환욱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수출 증가 등으로 광공업생산과 설비투자는 늘었지만 소비와 서비스업 생산은 조정을 받는 등 회복세가 견고하지는 않다”며 “수출 투자 중심의 회복세가 내수 전반으로 확산되도록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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