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연애는 예술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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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징글맞은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신간 『징글맞은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어쩌면 연애의 모든 순간은 한 편의 ‘예술’이었을지 모른다. 때로는 영화처럼, 가끔은 음악처럼, 어느 순간에는 그림처럼. 장르가 무엇이든 자신의 연애와 꼭 닮은 ‘콘텐트’를 봤을 때 우리는 말 그대로 무릎을 ‘탁’ 치게 된다. “그래, 저게 바로 내 이야기야!”

신간 『징글맞은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적나라한 연애 이야기와 함께 하는 예술

책 『징글맞은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딱 그런 책이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그 사람의 행동,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없어 마음 졸이던 그 때, 연애 중인 그 사람의 스마트폰 메신저를 판도라의 상자 열 듯 열어본 그 날, 사랑이 끝났다는 걸 직감하게 한 그 사람의 말 한 마디까지…. 책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애의 모든 실체들이 솔직하게, 때로는 아주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이 책은 중앙일보 전ㆍ현직 문화부 기자들이 온라인에 익명으로 연재한 ‘연애를 OO으로 배웠네’ 칼럼들을 엮었다. 누구나 겪지만 쉽게 털어놓을 수 없었던 연애와 사랑의 내밀한 이야기를 영화ㆍ음악ㆍ그림ㆍ문학ㆍ드라마 등 ‘문화 프리즘’으로 재해석한 칼럼은 당시 네티즌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 뒤에는 익명의 힘을 빌려 치부에 가까운 경험담을 가감 없이 풀어낸 글쓴이들의 희생도 있었다. 책을 통해 총 다섯 명의 저자 실명이 공개됐지만 글 하나 하나는 여전히 누가 썼는지 알 수 없다.

총 41개의 에피소드와 저자들이 대입한 문화 콘텐트는 ‘찰떡’같이 맞아 떨어진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만난 지 세 번째 되던 날 덥석 내 손을 잡은 남성’은 스페인 작가 티르소데 몰리나의 희곡 ‘돈 후안’에 비유된다. 손을 잡은 후 그 다음주부터 연락이 끊긴 그 남자는 온 나라 여성에게 거짓 사랑을 속삭이고 다녔던 돈 후안의 ‘실사판’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대학생 시절 ‘훈남’ 선배를 짝사랑했지만 결국 고백 한 번 못한 채 다른 여자애에게 그를 보내야했던 주인공이 동화 속 ‘인어공주’와 닮아있다. 주인공은 말한다. ‘사랑에 올 인하지 말자. 남는 것은 물거품뿐이니.’

 애정활동 냉담자(김호정 기자), 상상연애의 달인(김효은 기자), 연애 정신승리자(이영희 기자), 현실 연애주의자(정아람 기자), 못다한 연애로 새벽잠 설치는 사람(송원섭 JTBC 드라마 CP) 등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들은 “타고난 연애 유전자는 없지만 그 덕에 누구 못지않은 연애 실패담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패로 가득찬 ‘연애사’라도 남은 건 있다. 이들 중 누군가는 여전히 사랑 가득한 연애를 기다리고 있고, 그동안 연애한 사람들과 정 반대의 사람과 결혼한 사람도 있다. 다른 한 사람은 그간의 사랑을 돌아보며 인생의 참 의미를 찾아가는 중이라고 한다. 책에 등장하는 ‘연애의 상대’들에게 책은 이렇게 감사의 인사를 던진다. ‘너를 사랑했다. 그리고 글로 잘 썼다. 고마워, 끝.’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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