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민주 원내대표 "트럼프, '셀프 탄핵'될 것"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월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난 1월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탄핵될 수 있을까. 야당인 민주당 일각에서 대통령 탄핵 요구 결의안 초안까지 만들어 공개하자 ‘트럼프 탄핵론’이 구체성을 띠는 듯 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탄핵안의 의회 통과가 ‘불가능’에 가깝다.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얻어야 하는데 현재 집권당인 공화당이 상원 의석 100석 가운데 52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비공개회동서 "대통령 '독한 행동' 기다려보자" #'트럼프 몰락→중간선거 압승→대통령 탄핵' 제안 #영국 도박사이트 '트럼프 탄핵 가능성' 57%로 낮아져 #

이런 가운데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가 ‘트럼프 셀프 탄핵론’을 거론해 화제가 됐다. 요지는 트럼프가 헛발질해서 우군을 잃고 탄핵을 자초할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펠로시 원내대표는 전날 비공개 회동에서 대통령 탄핵을 공론화하자는 일부 하원의원을 설득하며 이렇게 말했다. “탄핵은 보통 일이 아니다. 내 생각에 대통령은 스스로 탄핵될 것이다(I think he’s going to self-impeach).”

미국 최초 여성 하원의장을 지낸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미국 최초 여성 하원의장을 지낸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펠로시 원내대표는 트럼프가 모종의 ‘독한 행동’을 해서 의회가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만들 거라고 본다. ‘독한 행동’에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해임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반발여론이 빗발칠 것이고 민주당은 이를 발판으로 2018년 11월 중간 선거(의회 선거) 때 다수당을 꿰찰 수 있다. 펠로시는 그때 자신이 다시 하원의장을 맡게 된다면 트럼프의 공과에 대해 더 철저하게 따질 수 있을 거라고 내다본다. 괜히 들쑤셨다가 중도파 유권자의 표를 잃을 수도 있으니 그때까지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결과 등을 기다려보자는 제안이다.

펠로시의 발언은 같은 날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이 탄핵 결의안 초안을 공개한 상황에서 나와 주목받았다. 중진인 마이크 카푸아노 하원의원도 셔먼의 초안 공개를 비판하며 “감정이 고조돼 있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조 크롤리 하원의원도 “탄핵은 매우 심각한 이슈이자 민주주의의 정수를 타격할 수 있는 것”이라며 “좀 더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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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탄핵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은 도박사이트에서도 확인된다. 영국의 온라인 도박사이트인 래드브록스(Ladbrokes)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의회 청문회 증언 이후 오히려 낮아졌다. 9일 기준으로 탄핵에 베팅한 쪽이 57.1%로 절반은 넘지만 청문회 전 80%보다 훨씬 낮아졌다.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이 충격적이긴 하지만 탄핵 소추 사유가 될 수 있는 사법권 방해를 입증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평가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가 탄핵이나 하야 등의 이유로 임기 전에 백악관을 떠날 거라는 베팅은 여전히 강세다. 당장 ‘올해 안’이 44%나 됐고 2020년까지 임기를 유지할 거라고 보는 확률은 6%(16분의1)에 불과하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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