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관련」과 외무부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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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외무부가 문제의 일본인2명이 중간기착지인 아부다비에서 내린뒤 바레인으로 이동하여 리전시호텔에 묵고 있다는 정보를 처음 접한 것은 정부실무대책본부장인 박수길제1차관보가 대한항공측과의 사후대책협의를 위해 등촌동에 있는 대한항공 사고대책본부를 방문한 1일 상오1시쯤.
이자리에서 KAL관계자는 아부다비의 지사로 부터 온 전문을 보여주며『공산권인 유고슬라비아를 거쳐온 두 일본인이 바그다드에서 우리 비행기에 탑승하여 아부다비에서 내린점이 이상해 이곳 현지공관에 알아보니 그중 여자가 한국의 기피인물이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외무부는 이들 일본인 2명이 이번 사건 해결의 증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주일·주바레인대사관에 긴급전문을 타전, 신원파악과 동태감시를 지시했다.
이에따라 주바레인의 김정기서기관은 1일새벽 두남녀가 묵고 있는 리전시호텔로 들이닥쳤다.
김서기관은 일본어를 몰라 한자로 필담을 나눴는데 잠옷차림의 남자는『우리는 부녀간』이라면서『여행중이어서 2일 로마로 떠날 예정』이라고 얼버무렸다.
김서기관은 일단 이들이 소지하고 있는 여권번호와 이름을 외무부에 통보하면서『특별한 혐의점을 발견할수 없다. 우리가 밀수혐의 때문에 기피인물로 부류한「아카베·마유미」는 아닌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해 봤다.
외무부는 이들이 신원에 혐의가 있음을 의심하고 김서기관으로 하여금 계속 감시토록 지시하는 한편 일본외무성에 이들의 여권번호와 이름을 보내 신원을 파악해주도록 의뢰했다.
1일 상오6시쯤 일본대사관 직원들도 리전시호텔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프런트직원에게 두 남녀의 여권을 보관중이냐고 다급하게 물었으나 프런트직원이『보관하고 있지않다』고 대답했다.
호텔로비에서 이들을 감시하던 김서기관은 두일본인이 2일 로마로 떠나겠다는 말과는 달리 1일상오6시30분쫌 체크아웃 하는 장면을 발견, 황급히 이들을 미행했다.
뒤늦게 들이닥친 일본대사관 직원들은 이들이 체크아웃 하는 사이에 공항으로 전화를 하여 이들이 위조여권을 소지중이므로 츨국을 정지시켜 달라고 바레인 당국에 요청했다.
○…이러한 현지의 사정이 외무부에 보고되기전인 하오4시쯤 일본공동통신과 일본경제신문 서울지사특파원이 박차관보에게 전화를 걸어『문제의 일본인 2명이 바레인 공항에서 당국에 체포되자 극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하여 남자는 죽고 여자는 중태』라는 내용과 함께 한국정부의 반응을 취재했다.
이 소식을 들은 외무부는 이들이 이번 사건과 결정적인 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재외공관회의에 참석차 일시 귀국중인 정해융주바레인대사를 급히 현지로 귀임토록 지시.
하오5시쯤 일본외무성이 여자가 갖고 있는 여권의 번호가 남자에게 부여하는 번호인 만큼 이들이 가짜여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외무부는 현지공관의 1차보고때『혐의가 없다』고 알려옴에 따라 이날낮 일부 신문이 KAL측의 제보에 따라 수상한 일본인이 탔다고 보도한데 대해 일단 외무부대변인 논평으로 이를 부인했으나 저녁시간이 되어 사태가 급진전되자 그동안의 상황전개를 재브리핑.
○…최광수장관은 이날 하오5시쯤 퇴청했다가 소식을 듣고 8시40분쯤 다시 등청, 박상용차관·박수길제1차관보등과 함께 사후대책을 논의.
최장관은 2시간여에 가까운 회의를 마치고 하오10시40분 기자실에 들러 외무부가 입수한 정보등을 소개하면서『범인 두사람이 숙소에서 공항으로 갈때 수하물을 들고있지 않은 점과 우리 공관원을 만난뒤 일정을 하루 앞당겨 황급히 바레인을 떠나려한 점으로 보아 KAL기 추락사건과 결정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외무부조약과·국제법규과 직원들은 범인 인도를 위한 관계국제법규등을 찾느라 꼬박 밤샘.
외무부는 주일대사관·주바레인대사관에 연락, 일본및 바레인 정부와의 공조수사채널을 확보토록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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