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 노동정책 두고 재계단체들과 불협화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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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전환 등 문재인 정부가 대선공약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 친화정책을 두고 경영계 단체와 잇단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경영계가 정부의 정책에 우려를 표명하면 정부가 이를 비판하고, 이에 움찔한 경영계가 수세적으로 말을 바꾸는 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사회분과위원회와 간담회를 열었다. 문재인 정부와 경영계가 공개적으로 소통한 첫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오태규 사회분과자문위원이 “노총에서 우리 국정자문위에 파견 나온 것을 가지고 노동자 편향이라고 (언론에서) 많이 쓰던데 (대선 당시) 문 후보께서 직접 본인이 가서 (정책) 협약을 맺은 곳이 한국노총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상의에서 협약을 맺었으면 회장님을 국정위 특별보좌관으로 모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대한상의 관계자는 "오 위원이 농담조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큰 그림으로 보면, 조금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어떻게 될 건가는 이야기하면서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박 회장의 발언에 대해 "대한상의가 정부의 비정규적 정책에 대해 우려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자, 대한상의는 곧바로 이를 부정하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대한상의는 해명자료에서 “박 회장이 ‘큰 그림으로 보면 조금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한 것은 새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우려가 아님을 밝힌다”며 “정부 정책에 대해 경제계의 의견을 말하기엔 이른 시기라는 뜻임을 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과 국정기획자문위 간의 대화 이후 간담회는 비공개로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날 앞서 국정기획자문위는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충돌을 빚었다. 중소기업계는 이날 간담회에서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단계적으로 시행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정부는 현재 시급 6470원인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주당 근로시간도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장은 작심한 듯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김 회장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정도로 급격한 인상”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노ㆍ사ㆍ정 사회적 합의를 통한 단계적 인상, 상여금ㆍ식대 등 각종 수당과 현물급여를 포함한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박순황 한국금형협동조합 이사장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300인 미만에 대해서 4단계로 세분화해 시행시기를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일근로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아야 하며 법정 시간 주당 52시간 단축 시행시 노사합의로 특별연장근로를 상시 허용해줘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처럼 최저임금 정책 등에 비판이 쏟아지자 오태규 자문위원은 “중소기업계도 경총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게 아니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또 김연명 사회분과위원장은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입법을 통해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노동단체만 방문해 노동계만 챙긴다는 오해는 하지 말아달라. 스케줄에 따라 노동단체와 경제단체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중소기업 관계자는 "국정기획자문위가 중소기업 단체와 처음 공식적으로 만난 자리였지만 화기애애함 보다는 내내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전했다. 최준호ㆍ장주영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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