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제 “밤새도록 술 마셨다…지금 여기가 어딘지도 몰라”

중앙일보

입력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패한 뒤 눈물을 보인 커제 9단. [연합]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패한 뒤 눈물을 보인 커제 9단. [연합]

인공지능 알파고에 패한 세계바둑 1위 커제(20ㆍ중국) 9단이 “어제 기분이 안 좋아서 밤새도록 술을 마셨다”고 속내를 밝혔다.

커제 9단은 28일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마이다스리조트에서 열린 제22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본선 개막 전야제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는 “어제 알파고에 지니 기분이 안 좋아서 밤 9시부터 오늘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셨다”며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이곳에 왔다. 피곤해서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주변을 웃겼다.

커제 9단은 지난 23일부터 전날까지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와 ‘바둑의 미래 서밋’ 3번기를 치렀다. 그는 대국 뒤 기자회견에서 “알파고가 지나치게 냉정해 그와 바둑을 두는 것은 고통 그 자체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회견 중에도 스스로 분했는지 한차례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확실히 오늘 고통스럽게 바둑을 뒀다. 대국 후엔 더 잘 뒀어야 했다고 스스로 책망했다”고 털어놨다.

하루도 제대로 못 쉰 채 한국 가평으로 온 커제 9단은 피로를 호소하면서도 시종일관 밝은 표정이었다.

알파고와의 대국을 뒤로하고 이제 ‘인간계 바둑’에 임하는 커제 9단은 “라이벌은 따로 없다. 모든 사람을 다 이기고 싶다”며 변하지 않은 승리욕을 보였다.

LG배 본선에는 한국 20명, 중국 8명, 일본 3명, 대만 1명 등 32명이 출전했다. 사상 최다 인원을 본선에 내보낸 한국 선수단은 대회 열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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