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 한다 공원과 풍치지구 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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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도시계획은 도시의 기본을 이루는 골격이다. 도시의 기본 뼈대가 삐뚤어지거나 자연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불편하고 삭막한 도시로 변한다. 인간을 무시하고 짓밟기만 하면 그 도시는 아름답지도, 쾌적하지도 않는 괴물로 되고 만다.
도시계획은 이처럼 도시인의 삶의 환경을 보다 편리하게 하고 인간화하기 위한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기에 현행 도시계획법은 도시계획의 입안과 결정, 집행절차등을 매우 까다롭게 정해두고 있다. 전문가들의 참여와 공청회를 열어주민들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토록하고 있다. 또 도시계획을 결정하거나 변경할때는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치도록까지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두고 있는 것은 사안이 중대할뿐더러 신중히 처리하기 위해서다. 이런 증대사가 선거철을 맞아 행정당국에 의해 무더기로 재단되고 있다.
얼마전에는 도시인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공원과 녹지대가 택지로 해제되더니 이번에는 서울에서만 자그마치 52개소의 풍치지구와 12군데의 공원예정지구가 규제에서 풀어지게 됐다.단 한뼘의 녹지를 새로 확보하기는 커녕 도대체 이런 식으로 자꾸 풀기만해 어쩌자는 것인가.
자연환경보전지구는 도시의 자연환경과 녹지를 보전하고 그 속에 사는 시민들의 건강을 유지하고 공해를 방지하기 위해 설정한 지역이다. 이를 해제하자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공해상태가 두드러지게 호전되었다든가 그 정도의 풍치지구나 공원을 없애더라도 시민건강이나 정서에 조금도 영향이 없다는 상황의 변화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그같은 긍해 수치나 징후는 어디서고 발견할수 없지않은가.
급증하는 차량으로 대기 오염은 나날이 악화일로에 있고 사방에서 짓누르는듯한 잿빛 분위기는 찌들고 숨막히게 하고 었다.
보다 아름답고 살기좋은 도시를 꾸미지는 못하더라도 도시의 황폐를 뜻하는 녹지의 침식은 도시행정의 목표에 역행하는 일이다. 해도 너무한다.
설령 행정당국의 그같은 조치가 일부지역 주민들의 해묵은 민원사항이고 불편을 덜어준다는데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시기가 합당치 않다.
도시계획 변경은 엄연한 지방의회의 의결사항이다. 벌지 않아 지자제가 실시되는데 지금까지 그토록 오래 묶어 두었던 규제지역을행정부재를 틈타 돌연 해제하는 것은 경위가 어떠하든 온당할 수없다. 더구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관권개입이다, 선심공세다 하고 가뜩이나 말이 많지 않은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도 고쳐매지 말라 했는데 부질없는 오해를 받을 짓은 삼가야 한다.
행정의 일관성과 지속성, 안정성은 행정의 생명이다. 시정책임자가 누구로 바뀌든 행정의 목표는 달라질 수 없다.
정권교체등 미묘한 시기에 도시의 뼈대를 건드리는 일은 행정 도의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1천만서울시민의 소중한 삶의 터전을 좀먹는 처사는 원상으로 회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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