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전서 은메달 … 이호석도 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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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쇼트트랙 1500m 경기는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때부터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됐다. 많은 훈련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우리의 주력 종목이다.

전문가들은 안현수와 이호석, 그리고 미국의 안톤 오노의 3파전으로 예상했으나 오노가 준결승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맥이 빠졌다. 오노는 2002년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체력.기술.경기운영에서 모두 그랬다. 이에 비해 안현수는 4년 전보다 많이 성장했다. 많은 준비를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준결승에서 끝까지 뒷짐을 지고 1위로 골인하는 모습에서는 강한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오노가 결승에 올랐어도 쉽게 이겼을 것이다.

이호석은 준결승에서 찰스 하멜린(캐나다)과 부딪친 뒤 조금 위축된 듯했고, 그래서인지 결승전에서 먼저 움직였다.

안현수는 다른 상대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막판 승부를 건 작전이 멋지게 적중했다. 안현수도 결승에서 고비가 있었다. 마지막 2~3바퀴를 남기고 코너를 넓게 돌아 선두로 나서는 과정에서 하멜린과 접전했다. 그때 조급함을 보였지만 고비를 잘 넘겼다.

지난해 처음 국가대표에 발탁된 이호석은 처음 출전한 올림픽 첫 경기에서 정말 잘했다. 올림픽은 월드컵과 다르다. 중국 여자선수들은 1990년대부터 세계 정상권 실력을 갖췄음에도 2002년 이전까지는 단 한 개의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심리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우리 선수들은 4년 전 오노에게 빼앗긴 금메달을 정정당당하게 찾아오면서 부담없이 승부를 펼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남은 종목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해볼 만하다.

(한국체육대학 교수.전 국가대표 쇼트트랙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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