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야당들 “지금은 대화보다 압박 … 왜 이리 서두르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새 정부가 북핵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투 트랙 전략’ 차원에서 교황청 중재를 통한 남북정상회담을 모색한 것과 관련해 야권에선 23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남북정상회담 모색 관련 비판론 #국민의당도 “한·미 갈등 우려” #박지원은 “김정은, 이 기회 잡아야”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서 관련 질문을 받은 후 “유엔이 제재 조치에 나서고 있고 미국이 북한에 압력을 넣고 있는 국면으로 봤을 때 지금은 대화보다는 압박 체제로 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원 대변인도 이날 통화에서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8번이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더 이상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남북관계가 용납돼선 안 된다”며 “대북제재의 수위를 강화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기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은 “남북 간 민간 교류는 유연하게 검토해 나가겠다”는 정부의 입장 변화를 문제 삼으며 비판적인 자세를 취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알 수 없다”며 “국민들의 공감 없는 대북정책을 시행하면 북한에도 잘못된 신호를 주고 남남 갈등만 일으키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보수에서 진보로 바뀌었다고 해서 외교안보 정책이 급변한다면 우리가 목표로 하는 비핵화는 꿈도 꿀 수 없을 것”이라 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전향적인 국민의당 김동철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유엔 성명이 발표되는 긴박한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이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관계에도 갈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같은 당 박지원 전 대표는 새 정부의 대북 기조에 대해 “건설적이고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의 김정은이 이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 정부, 중국이 이렇게 움직일 때 반드시 이 기회를 잡아야지, 핵과 미사일로 해결하려고 하면 오히려 북한이 고립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핵심 당직자는 “남북관계에서 교류 협력을 강화하자는 것은 그동안 당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다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안보적 측면도 감안해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gh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