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과 폭로와 공약남발|걱정스러운 선거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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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금 여야간에 벌어지고 있는 혼탁한 선거양상은 그대로 방치하기엔 너무나 걱정스럽다.
절제없이 쏟아져나오는 공약의 남발, 불법·달법의 선거활동, 그리고 관에 의한 부정선거계획 폭로등 현기증이 날 정도다.
공약남발에 관해서는 이미 유력한 사회단체나 언론에 의해 비판을 받아왔고 실제로 부작용이속출하고 있음에도 선거 당사자들은 아무런 자제나 반생의 기미없이 시일이 흐를수록더욱 가열되고 있다.
엄청난 국고부담이 전제된 그공약의 대부분은 실현가능성이 없거나 불합리한 것들이다. 국고는곧 국민의 세 부담으로 마련되는국가재원이다. 그것을 자신의 사재인양 들먹여 표를모으기에 급급하는 것은 마치 국민의 돈을 멋대로 가불해다 선거운동 하는것으로 밖에 볼수없다.
선거활동의 불법·탈법은 이번선거가 과거 어느 선거보다도 타락선거임을 말해주고 있다.청중동원에 막대한 자금을 살포하고흑색 지하선전물을 대량 제작하여상대방 후보를 중상 모략하는가하면 인신공격을 일삼는다. 이런일들은 어렵게 쟁취한 이번 선거의의미를 스스로파괴하는 행위다.
특히 야당에 의해 제기된 관의부정선거계획 폭로는 만의 하나라도 사실이라면 3·15부정선거를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불길하다.
따라서 폭로 당사자측은 보다구체적인 증거까지 책임있게 제시해야 하고 이를 사직당국에 고발할 의무까지 져야 한다. 한편당국은 책임있는 조사단을 구성하여 그 진상을 조속히 밝혀야한다. 그 결과에 따라 진실이면 당연히 문책해야하고, 폭로성 매터도이면 그 사실도 규탄되어야 한다.
대외적으로 부끄럽고 대내적으로 우려되는 이 타락한 선거양상을 보면서 각 정당과 관계당국에도 몇가지 당부할 것이 있다.
첫째는 후보군들이 보다 큰 그릇답게 선거에 임하라는 것이다. 그들의 움직임을 보면 새공화국을 준비하는 선거라기 보다는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선이나 되고 보자는 투기적 심리마저 작용하고 있는것 같다. 지방유세중의 공약만해도 그렇다.
앞으로 지방자치가 이뤄지면 거기서 취급할 지엽적인 행정사항들을 대통령후보들이 일일이 거론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적어도 새로운 민주공화정을세워나갈 대통령이라면 좀더 거시적이고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국민앞에 임해야 한다.
둘째는 행정부국의 보다 공명한자세다. 문제가 제기되면 정부는즉각적이고 진실되게 사태를 해명해야 된다. 그렇다고 선거에 개입하라는 것은 아니다. 정당하고일상적인 수준에서 공명정대하게일을 처리해 나간다면 선거는 보다 밝고 명랑해질 것이다.
이번 선거가 무책임한 선동이나폭로, 그리고 공명치못한 상태로시종된다면 선거의 후유증은 치유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후보들은 공약을 남발하고 그것을실천하지 못한다면 비록 당선됐다해도 정통성 거부의 명분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공약남발은 국민의 기대를 상승시킨다. 전후의 신생국들이 국민의 기대를 해결치못해 민주화에 실패하고 정권이 무너진 사실에서 교훈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자세다. 유권자들은 거짓과타락·선동으로 표 모으기에만 급급하는 무책임한 후보를 투표로응징한다는 각오를 가져야한다.
이번 선거는 새로운 민주공화정을 만들어 나가는 헌정사의 획기적인 행사일뿐 아니라 민주 장정의 한 과정임을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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