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유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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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영국수상을 지냈던 「로이드·조지」가 젊은 시절 어느 선거유세에 나갔다가 실수로 여성을 헐뜯는 말을 했다.
그랬더니 한 여성이 발딱 일어나서 『만일 당신이 나의 남편이라며 독약을 먹이고 말겠어요』하고 앙칼지게 대들었다.
그러나 「조지」는 싱굿웃으면서 대답했다.
『부인, 걱정마십시오. 만약 내가 당신의 남편이라면 기꺼이그 독약을 받아 마시겠소.』
「윈스턴·처칠」이 보수당을 탈당하고 자유당에 입당했을 때, 이를 못마땅히 여긴 한 여성이 『당신에게는 내마음에 들지않는게 꼭 두가지가 있다』고 비난했다.
「처칠」이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그 여성은 『당신의 새로운정책과 입수염』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처칠」은 느긋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당신은 그 두가지와 그렇게 쉽사리 접촉하게 되지 않을 걸요.』『영국인의 유머집』에 나오는 얘기다.
유머는 그냥 우스개의 말장난이 아니다. 그래서「칼라일」은 『참된 유머는 머리로부터 나온다기보다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그것은 웃음에서 나오는게 아니고 훨씬 깊숙이 숨어 있는 조용한 미소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유머는 정신적인 여유다. 인생에 대한 너그러움이다. 특히 정치가에게 있어서의 유머감각은 긴장과 갈등을 해소하는 능력이다.
대통령선거를 20여일 앞둔 요즘 우리의 선거풍토를 보면 너무 유머가 없다. 그래서 정치와 정치인들에게 환멸을 느끼게한다. 그것은 국정을 맡을 사람들의 유세장이 아니라 마치 흥신소 경진대회같은 인상을 준다. 「사생아」「가짜박사」「보통기사」「초보운전자」등 선거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수준이하의 인신공격이 판을 치고 각종 폭로·비방 유인물이 난무한다.
심지어 어떤 찬조연사는 유행가 제목인 『돌아와요 부산항에』『목포의 눈물』『백마강의꿈』등을 들먹이며 새로운 지역감정을 촉발하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상대방 후보를 「놈」「새끼」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이같은 저질의 인신공격이나 저급의 재담은 유권자를 얕잡아 보는데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 정치에도 수준 높은 유머를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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