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학생이면 학생답게 공부나 해

중앙일보

입력

 # 학생이면 학생답게 공부나 해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공부하는 기계입니다
공부가 아닌 다른 것들은 ‘죄’입니다

『남녀 학생 단둘의 만남은
항상 개방된 장소를 이용해야 한다

남녀 학생이 밀착하여 대화하는 것을 금한다

남녀 학생이 의도적으로 만나서
등하교를 함께 해서는 안 된다』

- 경남 K 고등학교

연애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들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품는 건 ‘죄’니까요

‘교내외 지나친 애정행위’ 규정 적용해 이성친구와 밥 먹은 학생 선도위원회 회부
일부 교사가 중심지 잠복근무하며 사생활 관찰
-울산 S중학교

교내는 물론 학교밖에서 따로 만나
밥을 먹는 것도 안됩니다
그건 ’지나친‘ 애정행위니까요

삭발에 가까운 짧은 두발 규정
두발 지적 당하면 벌점, 일주일 후까지 다시 정리하지 않으면 퇴학
-대전 D고교

학생들은 머리도 ’학생답게‘ 단정해야 합니다
공부하는데 머리를 길러서 뭐합니까

교내에서 외투 착용 시 학급 단체기합
한 명 적발돼도 연대책임
-울산 Y고교

학교 안에서 담요를 덮거나 두르면 압수 후 벌점
-서울 D여고

사계절 내내 무늬 없는 흰양말 착용.
뒤꿈치나 발끝만 회색이어도 벌점
-서울 S여고

아무리 추워도 학생은 교복만 입어야 합니다
’학생답게‘ 단정해야죠
외투 입고 담요 두르고ㆍㆍㆍ
그게 학생입니까?

이 이야기들은 모두
실제 학생들이 제보한 내용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친절해도 너무 친절한 교칙 덕분에

우리나라 학생들은
감정도, 개성도 금지당한 채
공부하는 기계로 살고 있습니다

’학생답게‘ 단정해야 하고
’학생답게‘ 조신해야 하고ㆍㆍㆍ
도대체 학생다운 게 뭔가요?

아무리 추워도 외투를 입지 않고
추위를 견뎌내는 게 학생다운 걸까요

조선시대처럼 ’남녀칠세부동석‘을 지키는 게
학생다운 걸까요

“하지 말라는 게 너무 많으니까
걸릴까 봐 계속 눈치를 보게 돼요
그런데 그게 잘못됐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제 스스로가 진짜 싫어져요...

- 경기 고양 J 고등학교 학생

이런 구시대적 교육 때문에
어른이 된 뒤에도 상상력이 없는
회색빛 삶을 사는 건지도 모릅니다

기획: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구성: 김민표 인턴 kim.minpyo@joongang.co.kr
디자인: 배석영 인턴 bae.seok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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