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형 SUV 시장 노리고 상하이에 모인 자동차 제조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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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중국 현지 공략을 위한 맞춤형 '비밀 병기'를 대거 선보였다. 자동차 업체들은 올해 상하이모터쇼에 무려 113종의 신차를 내놨다. 한국 공인 국제 모터쇼인 서울모터쇼(42종)의 3배 가까이 된다. 그만큼 중국 내수 시장을 노리고 있는 자동차 제조사가 많다는 뜻이다.
특히 올해 상하이모터쇼에서 공개한 신차 중 다수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중국의 소형 SUV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SUV 판매대수(920만 대)는 2015년 대비 45% 증가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신형 ix35(투싼급·현지명 신이따이 ix35)를 처음 공개했고, 기아차는 중국 전략 소형차 K2의 SUV 모델인 ‘K2 크로스’를 선보였다. 두 차량 모두 중국 현지 소형 SUV 수요자들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상하이에서 ix35를 선보이면서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ix25–ix35–투싼–싼타페’의 SUV 라인업을 완성했다. 기아차 K2 크로스는 올해 하반기 중국 현지 판매를 시작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24일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한 것도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중국 생산·판매법인인 북경현대(BHMC)를 점검하기 위해서 중국을 찾았다. 주말쯤 귀국 예정인데 중국 맞춤형 차량 3종을 선보인 상하이모터쇼를 방문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中 SUV 시장 45% 확대 #현대차 신형 ix35·기아차 K2 크로스 공개 #쌍용차도 티볼리 에어 가솔린 판매 개시 #BMW·지프·시트로엥·볼보 등 中 SUV 눈독 #

국내 소형 SUV 시장을 평정한 쌍용차 역시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을 넘본다. 상하이모터쇼에서 티볼리 에어 디젤 모델(419.5cm·179.5cm·159cm)을 중국에 처음 선보였다. 크기가 비슷한 K2 크로스(길이424cm·너비175cm·높이150.5cm인 프라이드 SUV와 유사할 것으로 추정)와 중국 시장에서 한 판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임한규 쌍용자동차 해외영업본부장은 “중국 현지인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상품성을 갖췄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BWM는 이번 모터쇼에서 총 5개의 모델을 최초로 공개했는데, 이 중 2개가 소형 SUV다. BMW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는 상하이모터쇼에서 ‘존 쿠퍼 웍스(JCW) 컨트리맨’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BMW가 같은 장소에서 아시아 최초로 공개한 X2 콘셉트카 역시 소형 SUV로 분류된다.
상하이모터쇼를 계기로 중국 SUV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건 시트로엥(C5 에어크로스), 지프(옌투) 등 부지기수다. 너도 나도 중국 현지 판매용 전략 차종을 들고 나왔다.

전기차로 중국 소형 SUV 시장을 넘보는 제조사도 있다. 볼보자동차는 20일 상하이모터쇼에서 소형 SUV(XC40)를 선보이겠다고 깜짝 선언을 했다. 하칸 사무엘손 볼보자동차그룹 CEO는 “2019년경 최초로 선보일 소형 SUV급 순수전기차는 중국 공장에서 제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이 세계 최초로 상하이모터쇼에서 공개한 소형 CUV인 I.D.크로즈도 역시 타깃은 중국 소형 SUV 소비자다.

이처럼 소형 SUV가 대거 등장한 건 상하이모터쇼가 자동차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 때문이다. 모터쇼는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를 단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다. 예컨대 오일쇼크로 유가가 급등할 때 모터쇼가 열리면 연비가 좋은 차량이 주목받고, 글로벌 경기가 호황일 땐 슈퍼카가 화제를 모으는 식이다.
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2440만 대)으로 떠오르면서 베이징·상하이 모터쇼가 급부상했다. 세계자동차협회(OICA)는 국가당 1개의 국제 모터쇼를 공인하는데, 베이징모터쇼를 공인했다.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들은 베이징모터쇼에서 주로 신기술·콘셉트카를 선보인다. 이에 비해 상하이모터쇼는 주로 중국 현지 시장을 공략할 차종이 등장하는 편이다.
나윤석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5대 모터쇼를 제외한 다른 모터쇼는 향후 해당 국가에 투입할 모델이나 해당 국가를 공략할 차종을 선보이는 장소”라며 “중국 소형 SUV 시장을 두고 전면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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