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물은 적 없다 비열한 북풍 공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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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각 당 대선후보들은 각종 행사에 참석해 자신의 정책을 밝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1일 서울 용산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성평등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오종택 기자]

21일 각 당 대선후보들은 각종 행사에 참석해 자신의 정책을 밝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1일 서울 용산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성평등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공개한 ‘쪽지’(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북측 입장을 담은 문건)와 관련해 강하게 반박했다. 문 후보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비열하고 새로운 색깔론이자 북풍공작이라고 본다”며 “공직자가 과거에 취득한 일을 공개하는 것은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전날 이 ‘쪽지’를 중앙일보에 공개했다. 문 후보 선대위는 송 전 장관을 명예훼손과 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으로 이르면 다음주 초 고발하기로 했다.

문재인, 의혹에 정면 대응 #“이번 논란 제2의 NLL 공세 #송 전 장관이 공개한 문건은 #기권 통보에 대한 북 반응 #국정원 기록 공개되면 알 것” #국정원 “공개는 절대 불가”

문 후보는 “이번 논란은 제2의 ‘NLL(북방한계선) 공세’”라며 “송 전 장관에게 책임을 묻고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NLL 논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NLL을 포기한다’고 말했다는 주장으로 시작돼 2012년 대선 정국을 흔들었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에 “찬성해도 되겠느냐”고 의견을 물었는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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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는 송 전 장관이 공개한 문건에 대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하기로 한 방침을 북측에 통보한 것에 대한 반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분명히 말하건대 (2007년) 11월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인권결의안 표결에 찬성·반대가 아니라) 기권하기로 방침이 결정됐다”며 “북한에 (표결 방향을) 통보해주는 차원이었지 방침에 대해 물어본 바도 물어볼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그러면서 국정원과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관련 기록을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송 전 장관이 제시한 (북한의) 전통문으로 보이는 문서가 북쪽에서 온 것이라면 국정원이 앞서 보낸 (한국 측의) 전통문이 있을 것”이라면서다. 하지만 국정원 고위관계자는 "모든 대선후보들이(북으로 보낸 전통문을) 공개하자고 합의한다고 해도 (공개는)불가능하다는 게 공식입장”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는 기권 결정을 했다는 2007년 11월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와 관련해서도 “대통령기록물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법적 판단이 내려지면 언제든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의안 표결 당시 이재정 통일부 장관 보좌관이었던 홍익표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당시 북한에 통보할 때 찬성·기권·반대 식으로 하지 않고 ‘주권적 사항으로 우리가 결정하겠다’고 통보했다”며 “(송 전 장관의 문건은) 그에 대한 북측의 반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6일 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이 기권을 결정하고, 그 후 우리의 입장을 (북한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송 전 장관이 관련 문건을 본 시점은 유엔 표결 하루 전날인 2007년 11월 20일 싱가포르에서였다.

홍 대변인은 “안보정책조정회의의 주재자는 안보실장이고, 최종 결정권자는 대통령”이라며 “비서실장이던 문 후보가 ‘알아보라’는 지시를 할 위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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