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공예의 세련된 품위|현대장신구전을보고…이경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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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대장신구전 (16일까지 호암갤러리)은 우리 생활주변에서 갑자기 일어난 금속공예의 한 흐름으로서 이 방면에 하나의 금자탑을 세웠다.
장신구라는 것은 옛날부터 인간의 장식 본능으로 있던 것이지만 현대에 와서는 그 사람의 신분과 직업 등 모든 조건을 아울러서 나타내는 이른바 필수품으로 등장하게 된다.
즉 옛날 장신구는 귀금속이지만 현대 장신구는 반드시 고가품이나 희소품에 한정되지 않고 일상생활에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를 써서 자기의 몸에 맞는 장식으로서의 기능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산학협동의 특별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학계와 업계로 분리되어 있는 우리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 전시방법을 택한 것이다.
학계는 창의성과 아카데믹한 예술의욕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 돋보이고 업계쪽에서는 아이디어 보다는 세련된 숙련기술을 바탕으로 한 절묘한 미의 경지가 두드러져 있다.
이번 현대장신구전의 특성은 귀금속을 다루지 않아도 장신구로서 세련된 품위를 지닌 작품들이 많다는 점이다.
아울러 진부한 재료로부터 탈출 ,다양한 양상의 과감한 조형적 시도를 내보이고 있다.
실용성이 약간은 멀어져도 예술적 가능성을 제시해 보인 작품들이 창작부 공모부문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는 장신구공예의 발전에 괄목할만한 내부적 요소로 인식돼야 할 것이다.
대상을 탄 주례경의 『음악평지』는 작가의 연륜인 만큼 장신구가 갖고있는 제반요소를 모두 갖춘 수작이다.
우선 장신구라는 조건을 갖추기 위해 증량감이 배제되고 단순·명쾌한 구성이 자연스럽게 표출됐으며 다룬 솜씨 또한 정교했다.
또 하나 이번 전시회에 경이로운 것은 신선한 감각의 디스플레이다.
새로운 전시방법은 장신구예술에 신기원을 이룩, 작품의 발전과 더불어 뚜렷한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국립현대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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