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강요 신고한다" 은행 데려가 대출까지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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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여성과 어울려 지내던 남성들을 폭행하고 대출금까지 가로채려 한 10~20대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들 지레 겁 먹고 폭행 당하고 돈 뜯겨

 광주 서부경찰서는 17일 성매매 여성과 함께 모텔에서 지내던 남성들을 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강도상해)로 대학생 장모(20)씨와 조직폭력배 박모(20)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들과 함께 범행한 고등학교 3학년 변모(19)군 등 10대 2명과 20대 1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장씨 등은 지난 14일 오전 4시30분쯤 광주광역시 광산구 한 무인텔의 객실 2개에 들어가 양모(23)씨 등 10~20대 남성 6명을 30분간 폭행해 골절상 등을 입히고 현금 19만4000원을 빼앗은 혐의다.

 이들은 같은 날 오전 10시20분쯤 피해 남성들 가운데 한 명인 허모(23)씨를 인근 농협으로 데려가 1500만원을 대출받게 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허씨는 농협에서 대출 관련 절차를 밟던 중 졸업증명서를 인쇄하려고 인근 PC방에 피의자들과 함께 갔다가 도망쳐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 결과 동네 선후배 사이인 장씨 등은 자신들 일행 중 한 명과 성매매를 한 10대 가출 여성이 무인텔 객실 2개에서 양씨 등 피해자들과 함께 지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단순히 집을 나와 모여 지내던 이들 피해자가 가출 여성에게 성매매를 시키고 있다고 생각한 장씨 등은 객실로 찾아가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겁을 준 뒤 폭행하고 돈을 뜯었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과 피해자들은 모두 가출 후 함께 생활 중이었을 뿐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강요하는 등 행위는 없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장씨 등은 막연히 성매매 여성이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성매매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피해자들을 폭행·협박했다”며 “그러나 피해자들은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성매매 여성을 알게 돼 함께 모여 지냈을 뿐 성매매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를 받을까봐 지레 겁을 먹고 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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