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석달 만, 현정부 24일 남기고..여러모로 이례적 美 펜스 부통령 방한

중앙일보

입력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16일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다. 한국의 대통령 탄핵 상황으로 한·미 정상회담이 언제 이뤄질 수 있을 지 확실치 않은 가운데 미 최고위급 인사가 서둘러 방한하는 것은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의 단호한 대응 의지를 천명하기 위해서다.

"북 도발시 상응하는 대가" 한미 대북 공조 의지 천명 계획 #정상회담 일정 미정인 가운데 최고위급 협의 필요성 인식 #"한미간 조금의 간극도 없다" 코리아 패싱 우려 대응 메시지도

펜스 부통령은 이날 오후 부통령전용기인 에어포스투를 타고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한다. 부인 카렌과 두 딸이 동행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은 오바마 행정부 8년 동안 한 번도 한국을 찾지 않았는데, 펜스 부통령은 첫 방한부터 가족과 함께 온다.

펜스 부통령의 방한은 1월20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불과 석달 만에 이뤄진 것이다. 역대 미 부통령 중 취임 뒤 최단기간 내 방한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딕 체니 부통령은 취임 3년 3개월 만인 2004년4월 한국을 찾았다. 공교롭게 당시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중이었던 ‘대행 체제’ 때였다. 이에 미 측은 일본과 중국만 방문하고 한국은 오지 않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한국 측이 요청해 마지막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오바마 행정부 때 조 바이든 부통령은 2013년12월 방한했다. 오바마 2기가 출범한 뒤 11개월, 첫 취임 뒤 4년 11개월 만이었다.

체니 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은 일본과 중국을 먼저 방문한 뒤 한국을 찾았지만, 펜스 부통령은 가장 먼저 한국을 찾는다는 점도 다르다. 특히 이번 방한은 한국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 아니라 미 측이 계획한 아시아 순방 일정의 일환이다. 펜스 부통령은 18일 일본으로 건너간 뒤 인도네시아, 호주를 잇따라 방문한다.

이처럼 여러 면에서 이례적인 펜스 부통령의 방한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정부 임기는 24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전에라도 한·미·일이 함께 하는 단호한 북핵 대응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최고의 압박과 개입’이라는 대북 정책 기조를 결정한 직후 부통령이 직접 동맹국들을 찾아 이를 설명하고 함께 추진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의도도 있다. 북한이 전략도발을 감행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하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펜스 부통령이 에어포스투에 있는 동안 북한이 보란 듯 미사일 도발을 했다. 이런 상황까지 감안하면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도 더 강한 메시지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펜스 부통령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만나 중국이 북핵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는 구체적 견인책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또 미국의 확장억제(동맹국이 적대국의 핵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이 핵우산, 미사일방어체계, 재래식 무기를 동원해 본토와 같은 수준의 억지력 제공) 의지를 다시 확인할 계획이다.  

최근 국내에서 미국이 한국을 배제한 채 한반도 문제를 논의한다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우려와 관련해서도 펜스 부통령은 “한미동맹 사이엔 조금의 간극도, 의견 차이도 없다”는 점을 다시 강조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미 측에서 우리 국내에서 이런 여론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근거 없는 그런 설들이 왜 자꾸 회자되는지 의아해 한다. 펜스 부통령이 이 부분을 다시 한번 확실히 확인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