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ㆍ안철수 주연,《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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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이 연출한《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1부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2부로 구성된 영화입니다. 사실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감독을 둘러싼 사생활 논란 때문인지 제목은 더 귀에 쏙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포스터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포스터

영화와 정치는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공교롭게도 이번 대선에 나선 유력 후보가 특정 정책에 보이는 태도는 이 영화의 제목과 비슷합니다.

◇1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주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2014년 5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 앉아 있던 재인씨.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단통법)이 안건으로 올라오자 터치 스크린의 찬성 표시를 눌렀다. 재인씨를 제외한 214명의 동료 중에 3명 만이 선택을 포기했고 나머지 211명은 재인씨와 같은 선택을 했으니 그로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3년 전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단통법)'에 찬성표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3년 전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단통법)'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로부터 3년 후 벚꽃이 전국을 뒤덮은 2017년 4월 11일 재인씨는 변심을 했다. “단통법 개정으로 단말기 지원금상한제를 폐지하겠어”라고…. 이미 10월이면 단통법과의 이별이 예정돼 있었지만 재인씨는 서둘러 관계를 정리하고 싶었다. 이미 그와 함께 찬성했던 의원 상당수도 “통신사 배만 불려주는 법이다” “고객을 호갱으로 만드는 법이다”라는 국민의 원성을 들은 뒤 찬성표를 누른 자신의 손목을 원망한 뒤였다.

그때도 이미 많은 휴대전화 소비자가 반대했는데 왜 섣불리 법안을 통과시켰을까.

갑씨는 묻는다. “재인씨,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가요?”

◇2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주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2016년 7월 10일 서울 여의도에 있던 철수씨.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논란이 커지자 사드 배치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던 철수씨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사드 배치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합니다”라고 외쳤다. 사드를 싫어하는 국민도 꽤 있었으니 그로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통령 후보는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통령 후보는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했다.

그로부터 1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철수씨는 변심을 했다. ‘사드 반대’를 함께 외치던 국민의당 친구들에게도 이제 마음을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 많은 국민이 자신의 편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걸 알았던 것 같다. “전(前) 정부에서 국가 간 합의한 사항에 대해서는 다음 정부도 존중해야 해요”라고 철수씨는 말하고 있다.

국민투표로 사드 배치 문제를 묻겠다던 호기는 어디 갔을까.

을씨는 묻는다. “철수씨,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나요?”

허진 기자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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