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욕설·순찰차 주행 방해도 공무집행 방해한 폭행"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15년 4월 2일 새벽 2시 40분. 서울 노원구의 한 술집에서 소란이 일었다. 술을 마시던 문모(38)씨와 신모(43)씨가 술값을 내지 않고 유리잔을 깨며 행패를 부린 것이다.

술집 주인의 신고를 받고 온 경찰관들의 중재로 소란은 멈췄지만 문씨 등이 이번엔 경찰관들을 향해 시비를 걸었다. 문씨는 순찰차를 가로막고 “가긴 어딜 가”라며 욕설을 하고 주행을 방해했다. 문씨는 백미러를 잡고, 신씨는 순찰차 보닛에 드러누웠다.

15분 동안 이들의 행패가 계속되자 경찰은 이들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1심 법원은 혐의를 인정해 이들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문씨 등은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문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서울북부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박이규)는 문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무집행방해죄는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한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한다”며 “피고인들의 행위가 위력의 정도를 넘는 경찰관에 대한 폭행이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2심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2부(재판장 조희대 대법관)는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북부지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문씨 등의 행동이 직무를 집행하는 경찰관들에 대한 간접적인 유형력 행사라고 판단했다. 공무집행방해죄를 성립하는 요건 중 하나인 ‘폭행’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서 폭행이라 함은 공무원에 대한 직접적인 유형력의 행사뿐 아니라 간접적인 유형력의 행사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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