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잡이로 끝난 민주 당무회의…8월 全大 물건너갈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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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4일 민주당 당무회의는 난장판으로 끝났다. 회의에선 신당 논란을 매듭짓기 위해 이달 중 열기로 한 전당대회 개최 문제를 논의했지만 신.구주류는 사사건건 티격태격하다 끝내 '멱살잡이'소동을 벌였다. 양측은 앞으로 2, 3일간 더 협상하기로 했으나 타협점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에 따라 8월 전당대회는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신주류가 당무회의 무산 후 별도 모임을 열고 '독자적인'전당대회 소집을 추진키로 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이들은 다음 주부터 대의원들을 상대로 전당대회 소집을 위한 서명작업에 돌입키로 했다. 당헌당규에 대의원 3분의 1이 서명하면 자동적으로 전당대회를 열게 돼 있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신당 창당을 결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걸로 구주류를 압박하려는 계산도 있는 것 같다.

그렇더라도 신.구주류 합의에 의한 신당 태동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신주류 일부가 조만간 탈당할 것"이란 관측이 다시 나오고 있다.

오전 당무회의에선 전당대회 날짜와 의제도 확정하지 못했다. 이해찬.이종걸 의원 등 신주류는 "통합신당을 하겠다는 것이므로 당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지만 구주류는 냉소를 보냈다.

박상천 최고위원은 "우리 당이 이미 통합신당"이라며 "신당을 하면 '노무현 당'이라는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는데 '노무현 당'보다는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 내년 총선에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종걸 의원이 오해를 빚을 발언을 해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李의원은 "DJ(金大中 전 대통령)가 통합민주당에서 (국민회의로)분리해 나올 때 법적인 정통성은 당시 이기택 대표의 민주당이 계승했다"며 "그 시절의 당적 증명을 떼려면 통합민주당과 합당한 한나라당에 가야 한다더라"고 말했다.

이에 김옥두 의원 등은 "그럼 민주세력의 정통성이 한나라당에 있다는 거냐"고 고성을 질렀다. 그러자 구주류 측 부위원장들이 회의장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이중 한 사람은 이해찬 의원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멱살을 잡고 "DJ 밑에서 4선의원을 하고 장관을 했는데 이럴 수 있느냐"고 소리쳤다.

회의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고, 정대철 대표는 서둘러 산회를 선포했다. 鄭대표는 회의 벽두에 "논어에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이 있듯 무엇보다 상호 믿음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신.구주류 사이엔 불신의 벽만 높아져 가고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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