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 학생들 찬반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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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동국대 이사회가 열리는 동안 이 학교 본관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왼쪽)과 한 학생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동국대는 8일 재단이사회를 열고 '6.25는 통일전쟁'이란 발언을 한 강정구(61.사회학) 교수에 대한 직위해제를 최종 결정했다.

동국대 관계자는 "강 교수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기 때문에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사람에게는 교원 직위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사립학교법 조항(58조)을 근거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에는 전체 13명의 이사 중 이사장 현해 스님과 홍기삼 총장 등 7명이 참석했으며, 7명 전원의 찬성으로 직위해제가 의결됐다.

이에 따라 강 교수는 교수직은 유지하지만 앞으로 모든 강의 배정과 연구비 지원에서 제외된다. 동국대는 이미 강 교수가 맡기로 했던 1학년 교양과목인 '인권과 평화' 강의를 제외하는 등 직위해제 절차를 밟아왔다. 강 교수는 "(결정이) 유보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뜻밖이다. 법적 조치 등 가능한 모든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강 교수에 대한 직위해제가 결정된 직후 동국대 학생 20여 명은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은 동국대 100년사에 부끄러운 일"이라며 본관 2층 총장실 점거를 시도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동국대 본관 앞에서는 보수단체 소속 회원들과 학생들이 한때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사회가 열리기 40여 분 전 자유개척청년단.북한민주화운동본부.자유넷 등 보수단체 회원 10여 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친북 반역자 강정구를 즉각 구속하라"고 주장했다. 같은 시간 20여m 떨어진 곳에서도 '강정구 교수 사건 해결을 위한 동국대 학생대책위' 소속 학생 10여 명이 집회를 열고 "동국대는 강 교수에 대한 직위해제를 즉각 철회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또 강 교수의 강의를 배제하는 것은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에 먼저 시위를 마친 보수단체 회원들이 학생들의 집회를 저지하고 나서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시위를 저지하려는 보수단체 회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학생들 사이에 거센 몸싸움이 이어졌고 일부는 욕설과 주먹질까지 하기도 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강정구 같은 친북 반역자가 어떻게 교수냐"면서 학생들을 밀치며 윽박질렀다. 반면 학생들은 "당신들이 뭔데 우리 의사 표현을 막느냐"며 대응했다. 30여 분간 이어진 몸싸움은 경찰이 출동하면서 일단락됐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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