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서 해결책 못낸데다|두재벌그룹의 감정대립 겹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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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대구단의 팀해체를 몰고온 「김종부 파동」은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됐다.
현대는 당시 고려대 3년생이던 김과 가계약을 체결 (계약금 1억5천만원)함으로써 일단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김은 가계약체결후 불과 며칠만에 계약발표를 않기로 한 약속을 현대측에서 어겼다는 이유로 계약파기를 선언했다. 파문이 크게 일자 고려대는 축구팀명단에서 김을 제명, 김은 선수자격을 잃고 말았다. 축구협회 규정에는 무적선수는 선수자격이 자동적으로 상실되게 못박고 있기 때문이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대우가 뒤늦게 김의 스카우트에 뛰어들어 지난해 말 대우와 정식입단계약을 체결, 이후 김을 둘러싼 현대-대우의 싸움은 한치의 양보없이 계속됐다.
김은 올2월 이수학점미달로 졸업하지 못해 대우선수로 등록하지 못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지난8월 선수등록규정을 개정, 김의 선수등록을 열어주려고 했으나 8월말 일본대표팀과의 친선경기에 대우유니폼을 입고 출전함으로써 다시 물의를 일으키자 일보후퇴, 개정작업은 뒤로 미뤄졌었다.
그러다 최근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다시 거론, 결국 지난5일 이사회에서 소급적용키로 했다. 「일단 선수는 살려야 한다」는게 축구협회의 명분이었다.
팀해체라는 최악의 사태로 몰고온 김종부파동은 축구협회가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것도 문제지만 오랫동안 계속되어온 두 재벌그룹의 감정대립이 더 큰 문제였다는게 축구계 인사들의 진단이다. 대우가 마지막 경기에 꼭 김종부를 출전시키려고 한 것이나, 프로축구위가 현대에 벌금을 부과한 것이 자극을 준셈이다.
현대구단은 과연 이대로 와해되고 말것인가. 축구협회의 거중조정에 따라 해체를 철회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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