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취업 포기 말라”···정부, 청년들에 마지막 ‘취업 영양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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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정부가 도와줄 테니 힘들어도 취업을 포기하지 말라.’

300만원 생계비 지원 등 취업걸림돌 제거에 역점...근본대책 못 돼 실효성은 미지수

정부가 22일 청년고용대책 보완방안을 발표하면서 청년들에게 던진 메시지다. 취업의 걸림돌들을 치워줄 테니 지속해서 구직활동에 나서달라는 주문이다.

대표적인 게 저소득층 미취업 청년 5000명에 대한 300만원씩의 생계비 지원이다. 지원 대상은 고졸 이하, 만 34세 이하인 저소득층이다. 생계비 수령을 원하는 개인이 4월 초에 청년희망재단 홈페이지(http://yhf.kr)에 개설될 예정인 신청란을 통해 신청할 수도 있고, 고용센터 등이 대상자를 추천할 수도 있다. 청년희망재단 심사위원회가 신청자 및 피추천자들을 선별한 뒤 5000명을 뽑아 1인당 300만원씩 지급한다.

휴학이나 졸업 유예자의 등록금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 일부 대학들은 졸업 유예 신청자에게도 의무적으로 몇 학점을 이수하도록 하고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을 받고 있다. 정부는 곧 구체적인 등록금 부담 최소화 방안과 근거 규정을 마련해 6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고졸 창업자의 입대연기 요건도 완화된다. 지금은 벤처·창업경진대회에서 3위 이상의 성적으로 입상한 후 창업한 기업 대표만 입대를 최대 2년 연기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사업자 등록을 한 창업자 중 정부의 창업 지원사업에 선정됐거나 정부 주최 창업경진대회 본선에 진출한 경우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사업자 등록을 한 고졸 창업자 중 창업 관련 특허 또는 실용신안을 보유하고 있거나, 벤처캐피털 등에서 투자받은 실적이 있는 경우에도 입대를 연기할 수 있다.

‘악덕 고용주’에 대한 제재 실효성도 높일 계획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서면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업주는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선고받게 돼 있다. 정부는 이를 각각 ‘2000만원 이하’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으로 바꾸기로 했다. 사업주에 미칠 실질적인 타격은 과태료가 더 즉각적이고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상습적으로 임금체불이나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업체들에 대한 명단공개 요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이 밖에 ^800만원인 청년·대학생의 햇살론 생계자금 한도를 1200만원으로 상향하고 ^청년창업펀드 1169억원 추가 조성하며 ^‘열정페이’ 통합신고시스템을 운영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6만명 이상’으로만 예고됐던 올해 공공부문 신규채용 인원도 6만3000명으로 확정했다.

정부가 이같은 보완대책들을 내놓은 건 구직 활동이 힘겨워 제 풀에 나가떨어지는 청년들이 늘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어서다. 2월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12.3%로 전체 실업률(5%)보다 2배 이상 높다. 청년 체불임금 신고자수도 2013년 4만8000명에서 지난해 6만7000명으로 증가하는 등 취업을 해도 처우가 열악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달 사실상의 구직 포기를 의미하는 15~29세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가 1년 전보다 1만1600명 늘어난 36만2000명을 기록했다. 4년 만의 최고치다. 송진혁 기획재정부 인력정책과장은 “청년들이 고용시장에서 이탈하거나 도피하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자의 암세포를 도려내지는 못하고 ‘영양제’를 처방하는 선에 그친 격이라 효과는 의문시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 침체에서 빠져나오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해야 청년 실업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며 “이런 핵심적인 문제가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시행되는 보완책들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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