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결국 일본정부가 사나...인수전 '새국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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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반도체 사업을 팔기로 한 도시바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미국·중국 기업들이 입찰을 고려하며 반도체 업계의 ‘태풍의 핵’으로 떠오른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가 정책투자은행을 중심으로 ‘도시바 메모리’에 대한 출자를 검토 중이라고 17일 보도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펀드를 꾸려 34% 이상의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정도 지분이면 회사 경영에 개입할 수 있고, 경쟁국으로의 기술 유출도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이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하기 전 허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이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하기 전 허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 정부는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금융권 차입분을 제외하고 최소 3000억엔(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도시바의 주요 거래기업 등을 상대로 민관펀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등 기업을 모집할 예정이다. 출자 참여기업이 많아질 경우 매각 절차 자체가 중단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닛케이는 전망했다.

 이에 따라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인수를 타진했던 기업들의 셈법도 훨씬 복잡해졌다. 도시바 메모리의 매각 1차 입찰 마감일은 오는 29일이다. 현재 한국의 SK하이닉스, 미국의 웨스턴디지털, 애플의 조립생산업체로 유명한 대만의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중국의 칭화유니그룹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도시바는 미국 원자력발전 사업을 하는 자회사가 막대한 손실을 보면서 1500억엔의 채무초과 상태에 빠졌다. 기업은 최악의 자금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시바 메모리의 매각을 서두르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기술 유출을 우려해왔다. 실제 매각 발표 이후 일본 정부가 기술 유출과 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이나 한국기업의 입찰을 제한할 수 있다는 설이 나왔다.

 시장은 도시바 메모리 매각이 난항을 보이고 결산발표를 연기하는 등 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도시바 재기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도시바 주가는 16일 종가 기준으로 183.60엔까지 떨어졌다가 공적자금 투입설에 17일 오전 10시30분 현재 194엔대를 기록중이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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