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저소득층 사교육비 지출 격차 9배, '사교육 양극화' 극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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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 사교육비 격차가 크게 벌어지며 ‘사교육 양극화’가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초중고교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25만6000원으로 10년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교육부, 2016년 초중고교 사교육비 조사 결과 발표 #1인당 월 평균 25만6000원 지출, 10년새 최대 #국영수보다 예체능 사교육비 증가세 두드러져

교육부와 통계청은14일 ‘2016년 초ㆍ중ㆍ고교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25만6000원으로 지난해(24만4000원)보다 1만2000원 늘었다. 2007년 사교육비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학교별로는 초등학교 24만1000원, 중학교 27만5000원, 고등학교 26만2000원이었다.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

특히 예체능 사교육비가 많이 늘었다. 국ㆍ영ㆍ수 등 교과 사교육비는 19만1000원으로 전년도보다 약 1000원 많아진 반면 예체능 사교육비는 6만3000원으로 1만원 늘었다. 음악ㆍ체육ㆍ미술 등 모든 예체능 분야에서 사교육비가 늘었다. 최보영 교육부 교육통계담당관은 “소득 증대와 가치관 변화 등으로 예술과 체육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2012년 이후 예체능 사교육비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인당 월 평균 교과 사교육비

1인당 월 평균 교과 사교육비

1인당 월 평균 예체능 사교육비

1인당 월 평균 예체능 사교육비

사교육을 받는 학생은 67.8%로 지난해보다 1%포인트 줄었다. 2007년부터 사교육 참여 비율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즉 10년 전보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 비율은 줄어든 반면 1인당 지출은 늘어난 것이다. 보편적인 사교육이 다소 줄었지만 고가의 사교육은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 더욱 크게 벌어졌다. 월 소득이 700만원 이상인 가정이 쓴 월 평균 사교육비는 2015년 42만원에서 2016년 44만3000원으로 늘었다. 반면 월 소득 100만원 미만 가정은 같은 기간 월 평균 사교육비가 6만6000원에서 5만원으로 줄었다. 둘 사이의 격차는 6.4배에서 8.8배로 커졌다. 2015~2016년을 비교해보면 유독 월 소득 600만원 이상 가정에서만 사교육비가 늘어난 경향을 보였다. 교육부는 정부 차원의 사교육비 감소 대책이 고소득층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강종부 교육부 서기관은 “대표적으로 사교육비 감소에 효과적인 것이 방과후학교인데, 소득이 많을수록 참여율이 떨어진다. 고소득층이 학교 교육이 아닌 사교육을 통해 차별화된 교육을 받으려는 욕구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 비해 중학교의 사교육비 증가세는 주춤했다. 초등학교와 고등학교가 전년도에 비해 월 평균 사교육비가 높아진 반면 중학교는 27만5000원을 유지했다. 특히 예체능을 뺀 교과 사교육비는 25만1000원에서 24만6000원으로 줄었다. 교과 사교육을 받는 학생 비율도 63.2%에서 55.8%로 낮아졌다. 이는 지난해부터 중학교에 전면 도입된 자유학기제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학교 한 학기동안 중간ㆍ기말고사와 같은 시험을 치르지 않는 자유학기제를 하면서 교과 사교육을 덜 받았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2007년부터 매년 평균 사교육비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이 체감하는 사교육비보다 낮게 측정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학생들도 모두 포함해 1인당 사교육비를 계산하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사교육을 받는 학생만을 대상으로 월 평균 사교육비를 계산하면 37만8000원이 된다.

또 사교육비 조사는 과외·학원·방문학습지·인터넷만을 대상으로 한다. EBS 교재 구입비나 방과후학교 수강료, 어학연수비 등은 제외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EBS 교재나 방과후학교는 개인 부담이지만 사교육으로 볼 수 없어 제외하며, 어학연수는 보편적으로 사교육이라고 보기 어려워 포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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