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효과 실종… "달라진게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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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은 부산 발전을 10년 앞당길 수 있습니다.”

지난해 9월 29일부터 10월 14일까지 열렸던 부산 아시안게임을 두고 부산시 등이 강조했던 슬로건이다.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나면 시민의식·도시 홍보효과·관광산업 등 여러 측면에서 발전속도를 이같이 앞당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1년이 다가온 지금 많은 사람들이 “별로 달라진게 없다”고 말한다. 아시안게임의 ‘약발’이 벌써 떨어진 셈이다.관련 전문가들은 “아시안게임이 1회성 행사로 끝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 시설 관리부실=주경기장 인근에 자리잡은 아시아드 조각광장. 독일 조각가 롤프 놀던이 철로 만든 '세상과 세상 사이'는 고철 덩어리 같다.

작품이 벌겋게 녹슬어 있다. 바닥에 설치한 쇠받침대도 마찬가지다. 일본 조각가 준 츄카와키의 작품 '지구로부터, 가족'도 비슷한 상황이다. 쇠 녹물이 흘러내려 돌 바닥이 벌겋게 물들었고 작품 자체도 녹슬었다.

주경기장 인근 '아시아드 상징가벽 광장'에 심어놓은 느티나무 12그루 중 7그루는 말라죽은 뒤 잘라내 밑둥만 남아 있다. 1그루는 말라죽은 채 서 있다.

주경기장 지붕막 파손, 강서 양궁경기장 배수불량, 기장체육관 누수 등 아시안게임 시설과 관련한 갖가지 문제가 끊이지 않고 계속돼 왔다.

◇ 시민의식 제자리=아시안게임 상징가로의 인도는 요즘 식당.자동차 액세서리 가게.자전거 대여점 등의 영업장소로 변했다.

식당은 인도에 테이블과 의자를 펼쳐놓고 버젓이 영업하고 있다. 인도는 주차장으로 둔갑하고 차량 진입방지 말뚝은 곳곳에 부러져 있다. 보도 블록은 깨지고 조명시설도 고장난 채 있다.

또 무질서한 교통상황은 아시안게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른게 없다.

부산경찰청은 아시안게임 이후에도 교통질서 의식이 나아지지 않자 대대적으로 불법 주정차 단속을 시작했다. 지난 4월 10일부터 7월 20일까지 끊은 스티커(범칙금 4만~5만원)만도 6만5백9건에 이른다.

부경대 지삼업 교수는 "아시안게임 때 시민의식이 나아지는 듯 했으나 다시 후퇴한 것 같다"며 "시민단체와 부산시가 아시안게임을 준비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시민의식을 높이는 노력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 관광산업 부진=부산 롯데호텔의 경우 지난해 11만6천3백44명의 외국인이 투숙했다.

그러나 올 1월부터 6월 말까지 투숙객은 3만9천6백57명으로 줄었다. 롯데호텔 홍기산 판촉과장은 "아시안게임의 후광을 전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파라다이스 호텔의 경우 올 1월부터 6월 말까지 외국인 투숙한 객실 수는 2만8천2백74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5천5백83개 보다 크게 줄었다. 해운대 모 호텔사장은 "막대한 투자를 한 만큼 효과가 없다"며 "후속 대책을 계속 이어가지 못하고 1회성 행사로 끝내버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용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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