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세에 … 일본 버티기, 필리핀 법대로, 베트남은 맞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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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진단 │ 한국 외교 갈 길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공세는 데자뷔(Deja vu·이미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나 환상)를 불러일으킨다. 그만큼 외교안보 사안에 대한 중국의 보복 공세는 상습적이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7일 “우리보다 앞서 중국으로부터 보복조치를 당한 나라들에게 직접 어떻게 이를 극복했느냐고 문의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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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들 대응으로 본 교훈 #남중국해·센카쿠 영토 분쟁 생기자 #필리핀, 중재재판소에 제소해 이겨 #베트남은 초계함·어선 보내 총력전 #일본 버티자 중국도 피해 … 대화 나서 #“한국, 감정적 대응은 자제하되 #힘으로 누를 수 없다는 걸 보여줘야”

필리핀은 ‘법대로’ 대응했다. 2013년 1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15개 항목으로 나눠 네덜란드 헤이그의 중재재판소에 제소했다. 처음엔 계란으로 바위 치기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중국 역시 무시 전략으로 일관했다. 재판관 선임부터 변론까지 모든 과정에 불참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중재재판소는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근거가 없고 중국의 인공섬 건설이 필리핀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게 요지였다.

대표적 국가가 필리핀이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보복을 당했다. 2009년 중국은 필리핀의 수출 주력 상품 중 하나인 바나나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2012년에는 필리핀에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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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센카쿠 열도 문제로 중국의 전방위적 보복을 경험했다. 2012년 일본이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하자 중국 내에선 반일 시위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번졌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2011년 일본의 대중 수출액은 1620억1300만 달러였지만, 2012년에는 1441억74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1.0%포인트 감소했다. 2013년 수출액은 1290억9300만 달러로 줄었다. 중국은 지금 한국에 하는 것처럼 일본 관광 중단 등 인적 교류도 제한했다. 당시 어떻게 대응했느냐는 한국 측 문의에 일본 당국자들은 하나같이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과 일본은 무역관계가 많이 얽혀 있었는데 일본이 피해를 감수하고 버티니 중국 측의 손해도 발생하기 시작했다”며 “결국 중국도 대화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보복조치를 거둬들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베트남·중국 2015년 양국 정상 교환방문

중국과 전통적인 애증관계를 갖고 있는 베트남은 경제 협력은 하면서도 중국이 압박하면 상응하는 대가를 돌려주는 식의 뚝심외교로 맞서 왔다. 양국 사이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가 걸려 있었다. 2014년 5월 베트남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파라셀 제도 인근에 중국이 10억 달러짜리 석유시추 장비를 설치했다. 이에 베트남은 초계함을 보내 철수를 요구하고 30여 척의 어선을 동원해 작업을 방해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군함 및 어선과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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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결국 7월 시추 설비를 철수했다. 하지만 양국이 원수처럼 돌아선 건 아니었다. 이듬해인 2015년 양국 정상이 교환방문을 하고 무역 교류 등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현재 한국은 3국의 대응에서 교훈을 얻는 복합적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은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안보적 판단을 차분하게 해야 중국이 ‘한국은 힘으로 누르거나 분열시킬 수 있다’는 오판을 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비합리적인 압박을 원칙에 입각해 이겨낸 나라라는 브랜드를 갖게 되면 이후에도 한·중 관계와 동북아 역내 역학구도 속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지혜·백민경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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