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제 엎드려 뻗쳐” 기합 넣는 윤성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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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서만 47차례 우승한 ‘스켈레톤의 황제’ 마틴 두쿠루스(33·라트비아)는 지난달 26일 독일 퀘닉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확정하자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했다. 세계선수권 3연속 우승이자 통산 5번째 우승이었다. 이 종목 2인자 윤성빈(23·한국체대·사진)은 그 장면을 지켜봤다. 퀘닉세가 아닌 강원도 평창에서 TV로 통해서다. 세계선수권까지 포기한 그의 시선은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 꽂혀있다.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평창의 1376m 얼음트랙을 질주하고 또 질주했다.

스켈레톤 아이언맨의 평창 각오 #엎드려 타는 썰매 입문 5년 만에 #20년 차 두쿠루스 턱밑까지 추격 #세계선수권 출전 않고 국내 훈련 #17일 평창서 열리는 8차 월드컵 출전

인터뷰를 위해 지난 2일 윤성빈을 만났다. 이 날도 자신의 상징인 아이언맨 헬멧을 쓴 채 슬라이딩 트랙에서 실전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지난달 7일 월드컵 7차대회를 마치고 곧장 귀국했다. 잠깐의 휴식기를 보낸 뒤 훈련을 재개했다. 목표는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트랙에 익숙해지기. 그는 “스켈레톤 선수가 된 이후 이 맘(2~3월)때 한국에 있는 건 처음”이라며 “한국에 있는 게 편하긴 편하다”며 웃었다. 17일부터 사흘간 평창에서 시즌을 마감하는 월드컵 8차대회가 열린다. 100m 남짓인 스타트 구간을 전력질주한 뒤 썰매에 엎드려 트랙을 내려오는 그의 모습은 전속력으로 공중을 나는 아이언맨을 닮아 있었다.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썰매를 끌고 질주하는 윤성빈. 아이언맨 헬멧을 즐겨 쓰는 그는 ’내년 평창 올림픽 때는 결승점을 통과한 뒤 금메달의 기쁨을 팬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평창=박종근 기자]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썰매를 끌고 질주하는 윤성빈. 아이언맨 헬멧을 즐겨 쓰는 그는 ’내년 평창 올림픽 때는 결승점을 통과한 뒤 금메달의 기쁨을 팬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평창=박종근 기자]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평창 트랙을 70여차례 탔다. 많을 때는 하루 6차례도 탔다. 그는 “탈 때마다 더 좋은 레이스를 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며 “그래서 늘 새롭고 지루할 틈이 없다”고 말했다. 트랙에 대해선 “전체적인 난도는 높지 않지만 몇 군데가 까다롭다. 날마다 느낌이 다른 구간이 있다”고 말했다.

2012년 체대입시를 준비하던 고3 수험생 윤성빈은 우연히 스켈레톤에 입문했다. 그리고 4년 만인 지난 시즌 세계 2위까지 올라섰다. 올 시즌에도 7차례 월드컵 중 5차례(금1·은2·동2)나 시상대에 섰다. 두쿠루스(금3·은1)를 바짝 좇았다. 스켈레톤 20년차 두쿠루스를 입문 5년 만에 턱밑까지 따라붙은 것이다. 이런 성과를 설명할 방법은 피땀 어린 노력 외에는 없다. 자신감도 붙었다. 그는 “두쿠루스와 실력 면에서 거의 비슷해졌다고 확신한다”고 자평했다.

이제 남은 두쿠루스와 차이는 경험이다. 1년 뒤 실전무대가 될 평창 트랙의 경험 만큼은 두쿠루스에 앞서겠다는 각오다. 그는 “2014 소치 올림픽 당시 두쿠루스가 금메달을 딸 걸로 생각했는데, 결국 홈 트랙에서 많이 타본 러시아 선수(알렉산더 트레티아코프)가 가져갔다”고 전했다.

평창 올림픽에서 꿈꾸는 결승선 장면을 머릿 속으로 그리며 이렇게 각오를 다졌다. “소치에서 러시아 선수가 홈 팬들과 기쁨을 나누던 모습이 부러웠다. 느낌이 어떤지, 내년에 꼭 느껴보고 싶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2016-2017 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 우승한 윤성빈 경기 장면.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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