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분양원가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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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아파트 후분양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용어가 있어요. 바로 분양원가 공개예요. 말 그대로 건설사가 아파트를 분양할 때 공사원가를 공개하는 제도로,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해 분양가 상승을 제어하는 데 목적이 있어요. 지금은 공공택지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죠.

토지가격, 집 짓는 비용 투명 공개 #계속 오르는 분양가 상승도 제어 #현재는 공공택지에만 적용하죠

2007년 도입 당시 공공택지 분양원가 공개 의무 항목은 택지매입원가, 설계비, 감리비 등 61개였어요.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은 정보 공개 차원에서 반겼어요. 원가가 공개된 이상 건설사가 이윤을 지나치게 남기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분양가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죠. 건설공사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관행이 사라지고, 하도급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도 있었고요. 하지만 불과 5년만인 2012년에 12개 항목으로 공개 대상이 대폭 줄었어요. 여기엔 건설사의 반발이 작용했어요. 건설사들은 ‘주택을 팔아 이윤을 얼마나 남길 것인가’는 기업의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했어요. 기업활동 자율성을 해치는 만큼 건설사들이 공급 물량을 줄여 수급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나왔죠. 공급 축소로 인한 집값 상승 가능성이 점쳐졌고, 합리적인 분양가 기준이 애매하다는 의견도 잇따랐어요. 분양원가 공개의 실효성을 놓고 찬반 양론이 팽팽했죠. 공개 항목이 7개에 불과하던 민간택지는 추후 아예 적용 대상에서 빠졌고요.

그러다 최근 이 생소한 용어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지난 1~2년간 아파트 분양가가 크게 오른 영향이에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958만원으로, 1년 전보다 5.8% 상승했어요. 같은 기간 서울은 3.3㎡당 2132만2000원으로 5.61% 올랐어요. 2년 전과 비교하면 분양가는 10% 넘게 뛰었고요. 이런 이유로 최근 국민의당 국회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 일부 전문가들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적정화를 주장하고 있어요.

하지만 후분양제 못지 않게 분양원가 공개도 시장에 발을 들이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국회와 정부 등이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공론화 된다고 해도 논란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에요. 머리가 복잡하다고요. 당연해요. 경제현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워낙 복잡하게 얽힌 문제니까요.

황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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