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뽑든 경선하든 단일화하라"|민정당 의원총회 지상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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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총재=두 사람이 후보경쟁을 하지 않고 협의 아래 민주화를 이룩하겠다고 한 것을 이루지 못한데 대해 부끄럽고 송구스런 생각이다.
김고문과 다시 만나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생각이다. 이제 60일밖에 시간이 없다. 11월5일의 전당대회는 해야하고 하고야 말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출마하는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부산대회는 하늘이 우리를 도와준 대회였고 직접 보지 않으면 설명키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로써 천하대세는 결정났다. 야당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는 이미 결정됐다.
▲김대중고문=나는 대통령병 환자가 아니다. 내가 권력 때문에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비치게 된게 슬프다.
어느쪽도 자진해서 후퇴할 수 없음도 깨달았다.
양쪽이 모두 강력한 지지세력을 갖고 있으며 지지하는 사람 중에는 목숨을 건 사람까지도 있는 만큼 양보하려면 이들을 달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하다. 결국 국민 앞에 같이 정책을 개진하여 여론을 들어 한사람이 사퇴하는 단일화나 최종 투표로 결정하면 지지자들도 결과에 복종할 것이다.
김총재가 부산에서 지지를 받았듯이 나도 광주·목포·대전 등에서 무시할 수 없는 지지를 받았다.
단일화를 채찍질하는 세력도 있는 반면 꼭 나와야한다는 세력도 만만치 않다.
국민이 지지하는 것은 결국 우리 두 사람뿐이다. 국민들이 투표에서 군사독재자를 지지하리라곤 생각지 않는다.
나는 다른 두 사람이 되는 것보다 김총재가 되는 것을 천배나 더 환영한다. 그러나 후보조정시기를 너무 놓쳤고 상황도 너무 진전됐다.
동시 무소속출마를 얘기한 것도 사실이나 오죽했으면 그런 말을 했겠는가.
단일화를 위해 부작용이 없고 납득할만한 길이 있다면 따르겠다. 그러나 너무 시간을 놓쳤고 두 사람이 쉽게 포기키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김정길의원=정부·여당의 의도대로 4파전이 되면 동서분열이라는 민족적 비극을 자초한다. 또 누가 돼도 30%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되어 새 정부수립 후 수행해야할 과제들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것이다. 어쨌든 동시출마하면 당은 경상도당, 전라도당이 되고 이를 국민들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두 분이 합의해 단일화를 하든지, 그렇게 못하겠다면 경선을 해야한다.
▲조순형의원=후보단일화약속은 두분만의 약속이 아니고 의원들·당이 국민에게 한 공약이다.
따라서 두분이 단일화를 못하겠다면 그 결정권을 우리에게 되돌려 줘야한다.
4파전을 벌여도 당선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강삼재의원=단일화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여기에는 어떤 이유와 명분도 필요 없다.
두분을 가까이에서 모신 부총재·8역은 그동안 단일화를 위해 무슨 노력을 했나.
나라를 더 사랑하는 분이 양보하라. 끝내 동시출마하면 그동안 박수를 보내던 사람들이 돌팔매질할 것이다.
▲반형식의원=민주화 작업은 하루 아침에 되는게 아니고 10년정도는 걸려야 된다고 본다. 왜 향후 5년만 생각하느냐. 이제는 누가 먼저 나서서 하는게 순리인지를 놓고 과감히 얘기해야한다.
▲조종익의원=국민들은 이제 두 분에 대한 존경심에서 저주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두 분에 대한 욕지거리에 몸둘 바를 몰라 지역에 내려갈수도 없는 사정이다. 두 분의 경쟁이 아닌 싸움 때문에 군정종식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요즘 공무원들의 태도가 정부·여당에 대한 과잉충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의총 후에 두 분이 산장에라도 들어가 한 사흘동안 웃통 벗고 협의해서 단일화가 안되면 심지라도 뽑아달라.
▲송천영의원=정치지도자의 약속은 어떤 상황에서도 꼭 지켜져야 한다.
함께 출마해도 당선될 수 있다고 두 지도자의 귀에 대고 수군수군 말한 사람이 있다면 이는 군부독재와 결탁한 사람이다.
▲심완구의원=두 지도자중 한 명이 국민들로부터 흠모·경의·경모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선택해 줄 것을 바란다. 두 사람이 함께 출마하면 지역감정은 절대해소 될 수 없다.
▲박용만의원=설사 함께 출마해 어느 한쪽이 이긴다해도 진정한 민주화의 정착을 기할 수 있느냐는 데는 의문이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한번 더 만나 허심탄회하게 단일화를 해달라. 그것이 도저히 안되겠다 했을 때는 깨끗하게 갈라지겠다는 결론까지 내달라.
▲이영준의원=두 분이 합의해 단일화가 안되면 뉴 리더라도 지명해 달라.
▲박왕식의원=지역 주민들이 단일화 안되면 내려오지 말라고 하더라.
합의에 의한 단일화가 안되면 경선을 하자.
▲이상민의원=후보와 총재를 분리, 총재가 모든 당권과 공천권을 갖도록 해 오늘 두 분이 이 자리에서 후보문제를 결정짓도록 하자.
▲김동규의원=의원들의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해 더 많이 얻은 쪽을 후보자로 결정하자. 이와 함께 역할분담내용도 미리 간부들이 결정토록 하자.
▲장기욱의원=역할분담이 타당하다. 총재는 당·국회·지방정부의 관할권을 갖도록 하자.
그 다음에는 성서에서 예수 제자를 뽑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주사위를 던져 결정하자.
▲김성직의원=서로의 지원이 없으면 누가 후보가 돼도 당선이 안된다. 아직 시간이 있으므로 두 분이 만나서 합의하라. 역할분담을 한 후 심지를 뽑든, 산 속에 들어가 담판 짓든 단일화를 이룩해야 하고 이를 못하면 사퇴하라.
▲김형광의원=동시 출마해서 한 분이 당선될게 확실하다면 그래도 좋다. 그러나 누굴 붙잡고 물어봐도 당선할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 양측에서 10명씩을 추천, 투표 등 어떤 방법으로든지 단일화를 하도록 유인하자.
▲이철의원=어떤 상황, 어떤 경우에도 국민 앞에 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후보 단일화의 구체적 방법을 위한 공동성명서를 두 분으로부터 받아낼 때까지 이 자리를 떠나지 말자.
▲안동회의원=이제 각 계보의원들이 두 지도자로부터 각각 사퇴결의를 먼저 받고 역할분담론에 입각, 제비 봅기라도 하는 것이 간단한 방법이 아니겠는가.
▲유제연의원=두 분중 어느 한 분이 양보를 결심해야만 단일화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므로 두 분에게 시간적 여유를 주어 담판을 짓도록 하자.
▲김고문=성남 대회에서 보다시피 『여러 소리 말고 출마하라』는 세력이 강하다. 그만 두면 가만 안 둔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한 쪽에선 단일화 해야한다는 소리도 강하지만 다른 한 쪽에선 무조건 나가라는 측도 있는 만큼 잘 판단해 김총재와 상의하겠다.
▲박찬종의원=소장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를 위한 경선촉구결의안을 작성한 만큼 이를 채택해달라. 경선을 무기명 비밀투표로 결정해줄 것을 동의한다.
◇김총재=누가 정권을 잡든 우리 두 사람은 민주화 후에도 협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22일 김고문과의 회동 때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충분히 얘기하겠다. (하오2시15분 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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