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덩이' 장시호, 특검서..."오늘 숙제 받았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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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호씨는 특검팀에서 한 검사에게 "염치없는 부탁"이라며 해맑은 표정으로 "도넛이 먹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포토]

장시호씨는 특검팀에서 한 검사에게 "염치없는 부탁"이라며 해맑은 표정으로 "도넛이 먹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포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담당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활동을 종료한 가운데 그동안 특검팀 내부에서 일어났던 소소한 후일담도 국민에게 높은 관심을 사고 있다. 특검팀 수사에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이른바 '복덩이' 별명까지 얻은 장시호씨에 관한 내용도 그중 하나다.

3일 특검팀은 그동안 취재를 담당해 온 취재진과 대치동 사무실 인근 식당에서 오찬 자리를 가졌다. 박영수 특별검사와 이규철 특검보 등 특검팀 핵심인물들은 장씨를 '수사에 도움이 많이 준 인물'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오찬 자리에서 '장씨를 봤느냐'는 질문에 "봤다. 엄청 밝게 인사한다"라며 "'또 오셨네? 오늘은 뭐해요?'라고 물어보면 '아 오늘 숙제 받았어요~' 웃으면서 얘기한다"라고 말했다.

이 특검보는 "(대치동 특검팀 사무실) 18층에 작은 조사실이 하나 있는데, 거기 들어가서 컴퓨터에 무엇은 혼자 뚝딱뚝딱 쓴다"라며 "'숙제 받았어요~' 하면서 어찌나 긍정적이던지"라고 말했다.

장씨는 최순실씨의 태블릿 PC 관련한 증언을 비롯해 최씨의 차명 휴대전화와 관련한 제보 등 결정적인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복 특검보도 장씨에 대해 "장씨가 붙임성이 좋아 놀랐다"라며 "모든 사람에게 인사하고 그런다. 처음에는 우리 직원으로 착각할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이용복 특검보는 이어서 "내가 있는 18층이 회사로 치면 총무과라 피의자들을 별로 볼 일 없다"라면서도 "그런데 내 방 앞에 조사실이 하나 있어서 장씨를 종종 봤다. 볼 때마다 인사하더라"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장씨는 특검팀 내부 일부 관계자에 편지를 쓴 것으로도 알려졌다. 현재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를 '의왕대학원'이라 지칭하며 '아들에게 떳떳한 엄마 되고파' 등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재식 특검보는 '장씨로부터 손편지는 받았나'라는 질문에 "못받앗다"라면서도 "장시호가 도움이 많이 됐다. 실제로 사진찍듯 기억을 햇다고 언론에 나왔는데 진짜 그렇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양 특검보는 "(장씨가) 휴대폰 번호도 손으로 그리면서 기억을 하더라"라며 "두세달전 일을 기억하기 쉽지 않은데 나중에 보면 기억이 상당히 정확하더라. 공부를 못했다고 언론에 나왔는데 공부를 못한게 아니라 안한 것 같다. 머리가 좋더라"라고 설명했다.

한편 장씨가 특검팀의 수사에 도움을 줬다고는 하지만 그는 최씨의 조카로 여전히 이번 사태의 핵심 관계자다.

박 특별검사는 '장씨가 복덩이 맞나'라는 질문에 "태블릿피씨 얘기한 것 상당히 기여를 했다"라면서도 "우리가 범죄 사실을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것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본인도 아는게 한계가 있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방용 특검팀 수사지원단장도 "장씨를 수사 대상 범위를 넘어서서 우리가 대우한 적은 없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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