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르포] 기소 전망 나오자 北 강철 대사 황급히 외출...북 대사관에 나타난 여자아이 정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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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피살 사건 용의자 3명이 이르면 3월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될 전망인 가운데 말레이시아 현지 북한대사관은 28일 정오 현재 침묵을 지키고 있다. 뉴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으며 곧 기소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이 용의자로 체포한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와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은 3월1일 구금 기한이 만료된다. 또 한 명의 용의자인 북한 국적 이정철은 3월3일 구금 기한이 만료된다. 이번 사건 수사를 계속하기 위해서라도 말레이시아 당국은 구금기한 만료 전에 정식으로 이들을 기소할 필요가 있다.
아이샤와 흐엉은 지난 13일 오전 9시 쿠알라룸푸르 공항 제2청사 체크인 카운터에서 김정남에게 맨손으로 독극물 VX가스를 얼굴에 묻혔다고 현지 경찰은 밝혔다. 이정철은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수년 간 거주하며 범행 준비에 가담한 것으로 말레이시아 경찰은 보고 있다.

28일 북한대사관 직원들이 차량을 타고 대사관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들은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날카로운 표정과 침묵으로만 일관했다. 쿠알라룸푸르=전수진 기자

28일 북한대사관 직원들이 차량을 타고 대사관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들은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날카로운 표정과 침묵으로만 일관했다. 쿠알라룸푸르=전수진 기자

말레이시아 경찰이 용의자로 지목한 북한 국적의 현광성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과 김욱일, 이지우 등 3명은 말레이시아를 아직 떠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는 북한대사관 안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대사관은 28일 정오 현재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강철 대사는 정오경 대사관 차량을 타고 떠났다. 취재진이 몰렸으나 강 대사는 얼굴을 찌푸리는 모습만 보였을뿐 바로 탑승한뒤 사라졌다. 강 대사가 나가기 직전 약 10세 가량의 안경을 쓴 여자 아이가 대사관 현관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강 대사를 포함해 북한대사관 직원들은 “(이정철) 기소 전망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거나 “현광성 안에 있습니까” “대사님 어디 가시나”라는 질문에 일체 답하지 않았다.

김정남 피살 사건의 용의자들이 곧 기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28일, 말레이시아 주재 강철 북한 대사가 차량을 타고 대사관을 황급히 빠져나가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전수진 기자

김정남 피살 사건의 용의자들이 곧 기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28일, 말레이시아 주재 강철 북한 대사가 차량을 타고 대사관을 황급히 빠져나가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전수진 기자

기소 소식이 전해지기 하루 전인 27일 하루종일 굳게 잠겨 있었던 북한대사관 문은 이날은 오전에만 4차례 열리고 닫혔다. 외교관 차량이 아닌 현지 번호판을 단 차량이 드나들었다. 이 중 한 차량엔 곰돌이 모양이 그려진 햇빛 가리개 및 분홍색 충전기 등이 들어있어 여자아이를 키우는 가족이 쓰는 차량임을 짐작케 했다. 취재진이 몰리면서 한 북한 차량의 운전석 쪽 사이드미러가 깨지고, 여성 기자 한 명의 발이 차량에 깔려 타박상을 입는 사고도 발생했다.
쿠알라룸푸르=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북한대사관 직원이 취재진과 충돌 과정에서 사이드미러가 파손되자 피곤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전수진 기자

북한대사관 직원이 취재진과 충돌 과정에서 사이드미러가 파손되자 피곤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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