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트럼프 정부, 북미 비공식 접촉 불허…김정남 암살로 '급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다음주로 예정됐던 미국과 북한 대표단의 비공식 회담이 최종적으로 취소됐다.

"김정남 암살에 VX 사용했다는 현지경찰 발표가 결정적 영향"

앞서 양측은 '반민반관' 접촉을 추진해 다음주 중 뉴욕에서 회담에 나서기로 한 바 있다. 미국 측에서는 기존 양측간의 '트랙2(민간간)' 대화에 참여해온 인사가 참석하고, 북한 측에서는 '트랙1(정부간)' 대화에 참여한 정부 고위급 관계자가 참석하는, 이른바 '트랙1.5(반민반관간)' 대화를 준비한 것이다. 김정은의 권력승계 이후 미국과의 첫 '반민반관' 접촉인 만큼 회담 성사에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현지시간 24일, 이같은 반민반관 접촉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을 방문할 북측 대표단 2명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이다. 비자 발급이 거부된 이들은 6자회담의 북측 대표단 인원이다.

도널드 자고리아 미국 외교정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북측 대표단에게 "비자 발급이 확정돼 예정대로 회담이 진행될 것"이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당초의 방침을 뒤집고, 이들에 대해 비자 발급을 하지 않기로 오후에 결정했다.

미국 CNN은 정부의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 북한이 김정남 암살에 VX를 사용한 정황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VX가 결정적인 불허 사유로 보인다"며 "정부가 '이런 상황에선 대화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최근 일련의 도발행위에도 불구하고 '반민반관' 접촉을 추진해왔던 미국 정부였다. 하지만 유엔 차원에서도 대량학살무기로 분류된 치명적 독성의 화학물질을 사용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 양측의 비공식 접촉을 허가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북한의 김정남 암살로 김정은의 권력승계 이후 처음이자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북미간 접촉이 물 건너간 것뿐 아니라 북미 관계가 급속도로 냉랭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