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부터 살려야제" 2000만원 그물 버리고 달려가 선원 7명 구한 선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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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ixabay]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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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배에서 얼음장 같은 바닷물로 뛰어내린 선원 7명이 인근 어선의 신속한 구조 활동으로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22일 오전 3시 10분경 전남 진도군 병풍도 남서쪽 22km 해상에서 조업을 마친 뉴영광호는 귀항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선체에서 불길이 치솟았고 선원들은 급히 상황실에 구조요청을 한 뒤 구명조끼를 입고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불길을 피했다.

때마침 인근 해상에서 조업활동을 하던 707현진호는 목포해경 상황실로부터 뉴영광호의 구조요청 소식을 전해들었다.

당시 넓게 그물(2000만원 상당)을 치고 물고기가 잡히길 기다리던 707현진호 선장 김국관(47)은 긴급 상황임을 직감하고 선원들에게 그물을 칼로 자르라고 지시했다.

풍랑예비특보와 강풍특보가 내려져 초속 12m가 넘는 강풍과 높이 3m의 파도가 일고 있었지만 김 선장은 최대 시속 24km를 내며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4km 거리를10분만에 주파한 707현진호는 현장에 도착해 바다에 떠 있던 뉴영광호 선원들에게 구명환을 던지며 10여 분 만에 선원들을 무사히 배로 끌어올렸다. 구조를 마친 시각은 오전 3시 40분경.

당일 오전 4시 24분경 사고 현장에 도착한 목포해경 경비함이 뉴영광호에 소화포를 쏘며 불을 껐지만 결국 뉴영광호는 바다로 가라앉았다.

[사진 pixabay]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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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된 뉴영광호 선원 7명은 목포해경 경비함으로 옮겨타 치료를 받았다. 이들은 다행히도 가벼운 화상을 입거나 심각하지 않은 저체온증 증상만을 보여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뉴영광호선원을 경비함에 인도한 김 선장은 원래 조업하던 해상으로 돌아갔다. 운 좋게도 끊어버린 그물을 회수할 수 있었다. 비록 그물은 많이 훼손됐지만 강한 조류에도 불구하고 그물에 부착된 어망전자부이와 야광 반짝이가 설치돼 회수에 성공했다.

25년 째 고기를 잡고 있는 김 선장은 "사람을 구하려는 마음은 누구나 같은 것 아니겠느냐"며 "그물 파손이나 조업 손실은 대수가 아니다. 사람 생명보다 귀한 것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구조된 뉴영광호 선원들은 "생명을 구해준 김 선장이 정말 고맙다"며 "그를 찾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해경은 김 선장에게 감사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임유섭 인턴기자 im.yuseo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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