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장 자리도 내줘야 하나|이덕영 <사회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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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도대체 교련은 무얼 하고 있느냐. 그러니 여기저기서 무용론까지 나오는 것 아니냐.」
『민주화도 좋고 자치제는 더욱 좋지만 민주화하고 자치제를 한다면서 교육활동의 주체인 교원은 오히려 일반행정직에 예속시키려 하는 저의는 무엇이냐. 입만 열면 교원의 권익을 옹호한다는 교련으로서는 무슨 말이 있어야할것 아니냐.」
문교부가 내년에 시행되는 교육자치제에서 시·도및 시·군·구교육장(교육감)자격을 교육경력뿐 아니라 행정경력자까지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지 한달째. 서울광화문 대한교련에는 30만 일선교원들의 빗발치는 항의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 나와 30년, 40년을 분필가루 마시며 행정직 사무관·주사에게 눌려지내야 하는 교육자들에게 한가닥「희망」마저 앗아가려 하는데도 가만히 앉아만 있어야 하느냐.』『교육을 정치, 나아가 일반행정으로부터 독립시키고 중립성을 보장하며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자치제가 오히려 지금까지 교육전문직에만 열어줬던 시·군 교육장 자리까지 일반행정직에 넘겨주는것이었느냐』
심지어는 『문교부 관료나「정치 공무원」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어떤 직종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교육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항의까지 밀어닥치자 당황한 교련은 1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어떤 일이 있어도 교육장(교육감)은 15∼20년이상의 교직 경력자라야한다는 자격을 양보할수 없다」는 결의문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서명원문교부장관을 만나고 노태우민정당총재를 찾아 결의를 전한 뒤 그래도 안되면 전국교육자대회 형태의 대중집회를 열어 실력행사에 돌입하겠다는 결의도 함께 다짐한 그런 회의였다. 14개시·도 교육회장이 이례적으로 모두 참석, 2일동안 분통을 터뜨린 교련의 긴급이사회는 규탄성 발언으로 시종했다.
정부·여당으로 향해야할 일선교사들의 불만의 화살을 집중적으로 맞게된 교련집행부는 『교련으로서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를 짚고 지나갔다』며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려야했다.
어떻든 전향적으로 정치적 중립과 교육의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한 교육자치제에서 일반행정직 공무원의 교육장 (교육감) 진출 개방으로 빚어지고있는 교육계의 거센 반발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어떻게 수용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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