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최순실의 권력기관장 꽂기 의혹 … 끝까지 진상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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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순실 국정 농단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인 인사 농단 파문이 커지고 있다. 박영수 특검은 최씨가 지난해 명품백 속에 갖고 다니던 경찰청장·우리은행장·KT&G 사장 등 인사청탁용 문서, “민정수석실로 보내라”는 자필 메모 포스트잇 등이 찍힌 사진파일을 최근 확보했다. 여기에 등장한 이철성 후보자는 그해 8월 음주사고 은폐 논란 속에서도 경찰청장으로 취임했다. 이에 더해 어제는 최씨의 집사 변호사격인 맹모 변호사가 박근혜 정부 인수위 시절인 2013년 초 대법관·검찰총장·국세청장·경찰청장 후보군 19명을 추린 뒤 인사평을 담은 자료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여기에 등장한 5명은 이후 대법관 및 해당 기관 수장에 임명됐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앞서 특검은 최씨 태블릿PC에서 국정원장 등 초대 행정부 인선안도 대거 확보했었다.

인사는 만사라고 한다. 그런데 비선 실세가 문화체육부 장관, 관세청장, 코이카 사장, 미얀마 대사 등은 물론이고 사법부와 4대 사정기관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것이니 실제 대통령이 누구인지 의심이 갈 지경이다.

특검은 인사 농단 척결 차원에서라도 이 경찰청장 건의 진상부터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특검은 지난 1월 최씨의 조카 장시호로부터 “이모가 이철성을 꽂으라고 화를 내며 통화하는 걸 들었다”는 진술을 받았으나 즉각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소환하기 전에 이 경찰청장을 불러 실체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 결국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 부분은 언급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사실이 공개된 지금도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특검이 우 전 수석과 이 건을 놓고 플리바기닝을 한 건 아닌지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이 청장 스스로 “특검이 사실관계를 신속하게 밝혀 달라”고 한 상황이니 더 이상 미적거릴 이유가 없다. 수사 기간 만료가 불과 일주일 앞이라 시간이 없다고 핑계대지 말고 즉각 수사에 나서야 한다. 특검이 종료되더라도 이 사건만큼은 검찰에 넘겨 끝까지 수사토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