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마음을 읽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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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통령선거 80여일을 앞두고 정가의 열기는 달아 오르고 있다. 일찌감치 후보를 정한 민정당은 노태우총재를 앞세우고 사실상 선거전에 돌d입했으며, 김종필씨도 28일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그러나 관심의 초점이 되고있는 민주당의 후보단일화문제는 두김씨가 합의한 「이달말 시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한 당에서 두 후보가 나올지, 분열사태가 될지, 극적으로 단일화가 성취될지, 확실히 예측할 수 있는 근거는 아무데도 없다.
양 김씨는 29일상오 담판에서도 서로 입장만 확인했을뿐 뚜렷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끝내 야당의 후보단일화가 실패하고 김종필씨까지 나서면 이번 대통령선거가 4파면이 될 것은 필지의 사실이다.
국민들이 야당의 후보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것이 이나라의 민주화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마도 두사람은 제각기 4파면이 되어도 자신에게 승산이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 계산이 들어맞을지 여부는 차치하고 양 김씨가 다 나서면 선거에 의한 민간정부 수립이란 구체적인 결실을 바라고 있는 많은 국민들이 실망과 반발을 보일 것은 뻔하다. 일부에서 단일화가 늦어지면 하루에 10만표씩 떨어져 나갈 것이라는 말도 그런 예측에서 나온 지적일게다.
단일화가 실패할 경우 국민여망을 배반한데 대한 반사적 손실이 어뗘하리라는 것은 두 김씨가 모를리는 없다. 이러한 엄청난 부담을 무릅쓰고 서로 물러서지 않겠다면 달리 방법은 있을것 같지 않다.
어느면에서 보면 후보가 여럿이면 선택지가 많다는 점에서 반드시 나쁠것은 없다. 국민의 입장에선 4파면이 되건, 3파전이 되건, 양자간 대결이건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하고 공명한 룰에 따라 선거전을 치르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지, 나설만한 사람, 나서겠다는 사람을 인위적으로 배제시키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리에도 맞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간절히 당부하는 것은 어떤 경우건 공정한 바탕위에서 정정당당하게 경쟁을 펴달라는 것이다. 대통령선거전은 물론 민주당안의 후보경쟁도 이전투구의 양상을 띠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국민여망이라고 믿는다.
실로 16년만에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전이 얼마쯤 과열되리라는 점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 때문에 이 나라정치에서 「아킬레스의 건」과 같은 지역감정을 부추긴다든지, 과거처럼 폭력이나 흑색 선전이 난무하는 양태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뿐 민주화에도 역행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민주화의 내용은 건전한 경쟁풍토의 정착이다. 이념이나 정책대결보다는 인물중심의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그와같은 요구는 한층 절실해 진다.
선거양상을 예상하기는 아직은 때이른 감이 있다. 양 김씨의 29일 회동이 「결렬」되었다지만 막바지단일화 가능성이 한가닥 남아 있다면, 노종재와 김종필씨간의 「범여후보단일화론」이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어떤 경우건 가장 극명한 민주정치의 원리는 궁극적인 결정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나 자파의 이해득실에만 집착하다 이땅의 정치발전에 차질을 빚게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하는 대국적 개안을 다시 한번 모든 후보지망자들에게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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