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7집 앨범 낸 이수영 깔끔해지고, 담백해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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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가수 이수영을 누군가는 '미스 애버리지, 코리아'라고 했다. 이 시대의 대중문화 키워드가 된 비주얼이나 섹시와 관련이 없는, 지극히 평균적인 외모의 여성이라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이수영은 근래 듣기 어려운 애절한 발라드로 각별한 표현영역을 구축, 음악시장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노래와 어울린 평범한 인상은 단아한 매력으로 해석되어 더욱 대중적 호감을 불러냈다. 10대뿐 아니라 차분한 이미지를 선호하는 40대 기성세대들도 이수영의 노래를 좋아했다. 2003년 떠들썩했던 이효리의 섹시 돌풍 한복판에서도 음반판매량 1위를 차지했고, 이듬해 신년벽두에 내놓은 리메이크앨범으로 다시 대박을 터뜨린 바 있다.

거침없는 성공 가도를 달려왔으나 정작 당사자는 고통스러웠다. 1999년 데뷔한 이래 일년이 멀다하고 숨 가쁘게 앨범을 발표하는 통에 제대로 쉴 겨를이 없었다. 그간 몸담았던 소속사와 지난해 결별하고 새 둥지를 틀면서 여유를 찾은 그는 새 소속사(리쿠드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막 신보를 내놓았다. 이수영은 통산 7집이 되는 이 앨범을 두고 "그간의 나 자신과 음악을 정리하는 앨범"이라고 규정했다.

자유를 갈망하는 내용의 타이틀곡 '그레이스(Grace)'와 이미 공개된 드라마주제곡 '이 죽일 놈의 사랑'을 비롯해 '시린''비밀''그 길에서…''정말 다 잊은 줄 알았는데' 등의 수록곡은 여전히 발라드의 범주에 머물러 있지만 짜임새는 한층 높아졌다. 노래만 부른 게 아니라 대부분의 가사를 직접 쓴 것도 주목거리. 충분히 휴식한 덕에 목소리도 전보다 힘이 붙은 느낌을 준다. 이수영은 "아직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끝'이나 '그 길에서…'와 같은 곡으로 미래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수확"이라고 밝혔다.

-신보는 지난해 10월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전 소속사에서 베스트앨범을 내는 바람에 늦어졌는데.

"처음에는 서운했지만 나중에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앨범 발표가 미뤄지면서 가사도 더 많이 썼고 방향도 조정할 수 있었습니다. 좀더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죠."

-타이틀곡 '그레이스'에서 '이제 자유로운 내가 될 거야'라는 구절이 반복되는데 마치 새 출발의 선언처럼 들린다.

"그간 일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면에서 속박돼 있었어요. 홀가분한 느낌, 솔직한 저 자신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점에서 신보는 제 첫 앨범이라고 할 수 있죠."

-이번 앨범에는 이수영 하면 떠오르는 오리엔탈 발라드가 없다. '그레이스'도 빠른 템포의 곡이고. 기성세대가 그 점 때문에 이수영을 좋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걱정되지는 않는지.

"중화풍의 느낌은 없지만 예스러운 맛에다 깔끔한 느낌으로 불러 오히려 어른들이 좋아하리라고 생각해요. 이번은 깔끔함과 담백함을 가창의 색깔로 정했습니다. 그래서 장르를 다양하게 펼치는 것보다는 그간의 발라드를 정리하고자 했어요. 전처럼 '종합선물세트'가 아니라 저한테 맞는 것들을 고르자는 뜻에서 더 발라드에 집중했습니다. '그레이스'가 예외죠."

-특유의 비음은 매력적이지만 불안하다는 지적도 있다. 소리를 바꿀 생각은 없었나.

"아닌 게 아니라 다른 소리를 찾을 목적으로 한때 미국에 보컬레슨을 받으러 갔어요. 하지만 소리를 바꿀 생각을 하지 말고 가진 소리의 장점을 더 발전시키라는 충고를 받았어요. 바꾸기보다 더 자연스럽게 부르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곡은?

"아직 없습니다. 이 단계에서 저 자신을 괜찮다고 한다면 후퇴하는 거겠죠. 노래가 더 깔끔해져야 합니다."

-신보활동은 어디에 역점을 둘 것인가

"공연계획은 당분간 없고 TV출연을 많이 할 생각이에요. 6집부터 거의 텔레비전에 안 나왔거든요. 밝아진 모습도 보여주고 싶고요."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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